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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학기와 거꾸로 보기
  • 한재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
  • 승인 2015.03.01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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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봄학기가 시작되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신입생들이 교정을 분주히 거닐고, 강의실에서는 지난해와 다른 학생들을 맞이하면서 새학기가 시작될 것이다. 이전 직장에서는 3월 인사이동으로 내 소속이 바뀌면서 낯선 동료를 만나던 구조에서, 대학교로 옮긴 뒤로는 내 소속은 그대로이지만 강의실에서 만나는 학생들이 바뀐다는 점이 색다른 묘미가 되었다.
신입생들이 겪었던 고교생활과 앞으로의 대학생활 간의 차이를 비교한 문구(fastweb)를 소개한다. “High school allows you to gain a sense of what it will be like to be an adult. On the other hand, college allows you to fully take ownership of your time, responsibilities and who you want to become.” 고교시절에는 어른이 된다면 어떨까?를 꿈꾸었다면, 대학생활은 자신만의 시간표를 짜고 스스로의 인생경로를 탐색하는 시기라고 한다. 흥미로운 비교이다.
신입생에게, 또 다른 신학기를 맞이하는 재학생과 나에게 물어본다. 이번 신학기는 어떻게 보낼지를. 우리시대 개혁의 아이콘인 스티븐 잡스는 ‘Think different’, 소위 발상의 전환을 외쳤다. 이순신 장군이 인용했다는 ‘생즉사 사즉생’이란 문구는 어떤가? 죽고자하면 산다는 것인데, 병아리는 달걀을 깨뜨려야만 태어날 수 있다. 예수도 세상을 정복하러 왔다지만 당시 로마 권력에 죽임을 당했다. 그러나 그가 짧은 생을 마쳤기에 기독교가 오늘까지 장수하는 것 아닐까?
반면에 2015년 대한민국의 삶은 그리 녹녹치 않다. 나라경제는 가난을 탈피했지만 거꾸로 이제는 자본이 많이 쌓인 것이 문제이다. 부익부 빈익빈의 가속화로 창조경제에 필요한 혁신의 유인이 사라져 간다. 돈 많은 사람들은 혁신을 고민하기가 싫고, 하루하루 삶에 지친 이들은 종자돈 마련에 허덕이기 때문이다. 널리 회자되는 격언도 재해석해야 한다. 논어 위정(爲政)편에서 필자의 나이인 사십대는 불혹(不惑), 쉰은 지천명(知天命), 예순은 이순(耳順)이라고 했지만, 100세를 바라보는 고령화시대에 서른살은 뜻을 세우기가 난망하고, 마흔에는 돈과 세상에 미혹되고, 쉰이 되어도 여전히 욕구에 매여 살다가 예순에는 귀가 굳어지기 십상이다. 과거의 가치관도 통하지 않는다. 지난해 법륜스님이 강연중 언급한 문구 하나가 떠오른다.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은 선(善)이지만, 자식 돌보기를 소홀히 하는 건 죄악”이란 말이다. 사십중반 이상이라면 선과 죄악의 위치가 바뀌었다는 인상을 받을 것 같은데, 곰곰히 반추해보면 가장들이 겪는 문제의 상당수가 위 문구를 거부하는데서 비롯된다.
달력에 있는 365일은 해가 바뀌면 또 되풀이된다. 내 인생에서 수십번의 새학기가 지나갔다. 하지만 어느 해 봄이 정말 새학기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경제성장이란 구호는 초등학교 때인 70년대부터 지금까지 들어왔지만 언제쯤 사그라질지 모르겠다. 억겁의 시간가운데 분초에 불과한 일자를 구분하고, 신학기를 맞이하는 우리 삶이 우습다는 생각이 든다. 고대 이집트인과 유태인들은 하루의 시작이 해가 뜰 때인지 질 때인지에 대해 입장도 반대였는데 말이다. 그러나 돌아보라는 의미가 있지 않을까? 작년과 비교해 오늘의 나를 돌아보고, 10년, 20년뒤 미래를 그려보면서; 입학했기에 졸업하는 건지 졸업했기에 입학하는지를; 내가 거꾸로 선 것인지 상대를 물구나무 세우고 있는지를 말이다.

한재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  inh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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