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권이란 우리나라에서 대통령만의 권한으로, 형사소송법이나 그 밖의 형사법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형의 선고의 효과를 소멸시키거나 형 집행을 면제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인 가석방 사안은 지난해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접 건의하면서 정치권의 이슈로 부각됐다. 이후 재벌 회장이라는 이유로 가석방 대상에서 제외하는 건 역차별이라는 재계 의견에 맞서 경제발전에 대한 역할론 여부가 팽팽히 대립했다.
  기업인 가석방에 반대하는 측의 입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하 최 회장)의 과거 행보를 근거로 둔다. 최 회장은 지난 2008년 5월 1조5,000억 원대의 분식회계와 부당 내부거래 등으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복역했지만 같은 해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8.15 특별사면명단에 포함되면서 불과 두 달여 만에 사면복권 됐다. 문제는 지난 2008년 당시에도 경제 살리기란 명분으로 사면이 이뤄졌지만, 최 회장은 석방 직후 다시 회사 돈 450억여 원을 횡령해 투자명목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2013년 1월 징역 4년을 선고받았고 현재 복역 중에 있다.
 지난달 16일, 결국 최 회장 등 수감 중인 주요 기업인들이 3.1절 특별가석방 심사대상자 명단에서 제외됐다. 지난해 12월 초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 사건으로 인한 재벌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된 데에서 비롯됐으며 이어 연초에는 ‘정윤회 문건’ 파문으로, 이완구 총리 임명동의안 통과를 놓고 정치권에 대한 불신으로 크게 확대됐다.
  전문가들은 계속된 국민들의 불신 탓에 정치권이 기업인 사면이나 가석방에 혜택을 주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검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최 회장을 비롯한 기업인들이 이번 3.1절 특별가석방에 제외된 것은 대통령이 여론과 지지율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판례들을 보았을 때, 정재계에 큰 영향력 있는 경제인에 한해 특별사면이 이뤄진 현실이 씁쓸하다”며 “보다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대통령이 5개월 후인 8.15 특별사면에서 기업인들을 면하는 일이 없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상우 기자  57sangwoo@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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