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남짓 남은 2014년, 올 한 해는 다사다난한 1년이었다. 기쁜 일이 많았다면 좋았겠지만 함께 축하하며 웃을 수 있는 일들 보다는 안타까움에 눈물 흘렸던 일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개인의 죽음뿐만 아니라 세월호 사건, 판교 환풍구 사고 등 큰 규모의 사건사고들로 인해 다수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던 한 해였다. 이런 주변에서의 큰 사건들은 모두 ‘예측되지 못한’ 형태의 사고였다. 물론 예측되는 죽음이라는 것이 흔한 것은 아니겠지만, 이렇게 갑작스런 죽음 앞에서 우리는 주변 사람들에게 어떠한 말도 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게 된다. 살아생전에 꼭 하고 싶었던 이야기. 그것은 감사의 표현일 수도 있고, 상대방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 내용이 무엇이 됐든 죽음이 찾아오면 우리는 아무 말도 전할 수 없게 된다. 그것은 죽은 사람을 떠나보내는 사람 또한 마찬가지다.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더 해줄 걸.’ 이 작은 후회는 영원히 가슴 속에 남게 된다. 사람들은 대중매체에 보도되는 사고 속 주인공이 자신이 되지 않을 것이라 자신한다. 그러나 사고의 희생자들이 자신이 죽을 것이라는 것을 예측하지 못했듯, 우리 또한 예측하지 못한 사고에서 나의 생사를 보장할 수 없다. 여느 때와 다름없던 아침 등굣길, 친구들과 먹는 점심식사, 모두 나의 마지막 순간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순간이 왔을 때 우리는 내 주변 사람들에게 평소 나의 마음을 전하지 못했던 것을 후회할 것이다.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은 것이라는 말이 있듯, 지나간 시간, 하지 못했던 말들에 대한 후회는 돌이킬 수 없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학점을 받는 것, 돈을 더 많이 버는 것, 성공하는 삶을 사는 것 모두 중요하지만 삶의 마지막 순간에서 가장 후회되는 것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사랑한다 말 하지 못한 것이 아닐까? 우리는 다른 것에는 관대하면서 유독 표현에는 인색한 삶을 살고 있다. 늦었다고 생각한 때는 정말 늦은 때이다. 유난히 슬프고 잔인했던 2014년이 이제 한 달 만을 남겨두고 있다. 사고로 죽어간 사람들은 꼭 하고 싶었던 말을 가슴 속에 묻어 둔 채 떠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우리에겐 남은 시간도, 전할 수 있는 방법도 많다.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말’은 언제 어디서든 갑작스럽게 ‘전하지 못한 말’이 될 수도 있다. 2014년 남은 한달은 ‘할 수 있었는데’가 ‘해야 했었는데’가 되지 않도록 사고로 죽어간 사람들이 꼭 하고 싶었던 말, 그러나 하지 못했던 말. 그 말을 우리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는 겨울이 됐으면 좋겠다.

김현주(사교·3)  jy_100@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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