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피노키오’가 화제다. 동화 속 캐릭터인 피노키오를 모티브 삼아 거짓말을 하면 딸꾹질을 한다는 가상의 병 ‘피노키오 증후군’을 앓고 있는 여자 주인공과 그녀를 비롯한 사회부 기자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SBS 드라마 ‘피노키오’의 영향 탓이다.
극중에서 남자 주인공은 방송사 기자가 되기 위한 시험 관문 중 하나인 열띤 토론을 벌이던 중 언론의 오보로 인해 가족이 송두리째 풍비박산 나버린 자신의 트라우마를 건드린 여자 주인공을 향해 이렇게 쏘아붙인다.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을 무시하고 떠드는 사람이 기자가 되면 얼마나 위험한지, 자기 말의 무게를 모른 채 함부로 말하는 사람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겠어요.’ 이 대사는 그 장면을 무심코 보던 필자를 겨냥한 화살처럼 날아와 그대로 꽂혔다.
지난 1년 반 동안 인하대학신문사에서 기자로 일하면서 필자는 ‘내 손끝에서 잘못 쓰인 기사 하나가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사실을 수도 없이 체감했다. 인터뷰 과정에서 취재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얼굴을 붉히기도 했고, 공청회에서 청중 질문을 던지기 위해 필자를 인하대학신문사 소속의 기자로 소개할 때도, 필자가 언제든지 학내 여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언론사에 몸담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며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야 했다. 또 인터뷰를 받았던 기관명을 잘못 명시해 항의 전화를 받는 등 아찔한 순간들도 있었다. 필자가 쓴 기사들이 학내를 넘어 필자가 가늠할 수 없는 먼 곳까지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너무나도 무겁게 느꼈던 시간들이었다. 그 순간들을 돌이켜보면 ‘만약 나도 여주인공마냥 거짓말을 하면 반사적으로 딸꾹질이 나는 증후군을 앓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우스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만일 그렇다면 필자가 기사를 쓰다 한 톨의 오차라도 범하는 순간 몸이 먼저 반응해 필자에게 경고 카드를 던질 것이고, 그를 통해 토씨 하나라도 틀리는 일을 사전에 막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진실과 거짓 사이의 아슬한 줄타기는 비단 언론사에 몸담고 있는 이들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리라 생각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올 한해 스스로가 누군가를 속이고 기만하느라 코가 길어지고 딸꾹질을 하느라 고통 받는 피노키오가 됐었던 것은 아닌지, 자신을 향한 물음표를 던져보는 것은 어떨까.
같은 드라마에서 한 기자는 ‘전 아무도 보지 않는 뉴스는 뉴스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외쳤다. 다가오는 2015년에는 피노키오가 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하대학신문이 전하는 뉴스를 뉴스답게 만들어줄 ‘누군가’의 관심이 더욱 활발해지길 기대해본다.

김다빈 부장  jy_100@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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