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줄거리 : 어느 날 한 소년이 실종되고 며칠 만에 싸늘한 시체로 발견된다. 범인은 잡혀 감옥에 들어갔지만 신애는 아이를 잃고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채 죽어간다. 그런 신애에게 독실한 기독교인이 하나님을 믿어보라며 끈질기게 접근해 그녀를 설득한다. 교회를 열심히 다니며 아이를 잃은 슬픔을 달래던 신애는 결국 아들을 살해한 범인을 용서하고자 그를 찾아가는데…

상우 : 영화는 남편을 잃은 신애가 아들을 데리고 남편의 고향인 밀양으로 내려오면서 시작해. 밀양으로 가는 중에 카센터 사장인 종찬을 만나는데 밀양이 어떤 곳인지 물어보는 호기심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기대감이 보였어. 하지만 그 기대감은 아이의 죽음과 함께 절망으로 바뀌게 되지.
성욱 : 책은 아이를 잃은 아내를 지켜보는 남편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돼. 아이의 죽음으로 인한 아내의 원한은 극에 달하지만, 그녀는 딱히 이 원한을 풀 방법이 없어. 아이의 참사와는 연관이 없는 사람들끼리 범행의 목적과 과정을 추궁하고, 재판에서 범인의 사형을 결정지어 그를 그녀와 단절시켜버렸기 때문이지.
상우 : 그렇구나. 영화에서 신애는 아이를 잃은 슬픔으로 인해 독실한 신자인 김 집사의 제안을 받아들여 교회를 다니게 돼. 오랜 기도 끝에 마침내 범인을 용서할 수 있다고 생각한 그녀는 범인을 찾아가지만 이미 주님의 용서를 받아 마음의 평화를 찾았다고 말하는 범인의 모습을 보고는 충격을 받고 결국 기절해버려.
성욱 : 책에서도 마찬가지야. ‘내가 그를 용서하지 않았는데 어느 누가 나 먼저 그를 용서하느냔 말이에요. 그의 죄가 나밖에 누구에게서 먼저 용서될 수 있어요? 그럴 권리는 주님에게도 있을 수가 없어요. 그런데 주님께선 내게서 그걸 빼앗아 가버리신 거예요’ 란 아내의 절규는 섭리자의 사랑 앞에 사람은 어떤 존재이며 인간의 존엄성과 권리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해.
상우 : 영화에서는 종교인들의 이중성을 비판하는 것이 두드러져 보였어. 신애가 면회 후에 교회 장로를 유혹해 성관계를 맺으며 하늘을 보고 소리치는 대목은 그 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였던 것 같아. 아직도 신애의 “보고 있냐고!”라는 절규어린 외침이 귀에 맴돌아.
성욱 : 책에서의 신애는 그녀가 입은 상처 때문에 절망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다 결국 자살로 인생을 끝내버려. 이 책의 제목이 ‘벌레 이야기’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해.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주체적인 존엄성이 짓밟힐 때 한갓 벌레처럼 무력하고 하찮은 존재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말해주는 것이지. 그녀 스스로가 생을 마감한 것은 결국 자신이 속한 섭리의 세계를 부수고 싶은 한계적 욕망에 대한 표현이라고 생각해.
상우 : 하지만 영화는 그에 비해 다소 희망적으로 끝을 맺어. 신애가 마지막에 머리를 자르거든. 그 긴 머리는 자신이 겪은 고통과 절망을 상징하며 그것들을 자름으로써 새로운 시작을 암시한다고 생각해. 음악도 신애가 밀양으로 내려오며 기대에 부풀었던 처음 장면에 쓰였던 음악이 다시 쓰이는데, 이것 또한 새로운 시작을 암시하기 위한 감독의 의도였던 것 같아.
성욱 : 결말이 달랐지만 책과 영화의 주제는 결국 같은 것 같아. 과연 우리들이 믿는 절대자가 우리들의 주체적인 존엄성까지 무시할 수 있느냐는 거지. 짧았지만 긴 여운이 남았던 소설 ‘벌레 이야기’와 영화 ‘밀양’은 이러한 질문을 우리에게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김성욱, 이상우 수습기자  rlatjddnr3@naver.com , 22c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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