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투명성, 비 자율성, 높은 금액 지적돼
전문가, “학생 다 같이 만들어가는 문화인만큼 충분한 논의 통해 합리적으로 결정해야”

대학교 1학년 A양은 개강총회와 대면식, MT, 체육대회, 스승의 날 행사비 등의 명목으로 학과 학생회비 40만 원을 내라는 공지를 받았다. 학과 학생회비를 납부하지 않을 경우 학과 게시판에 미납자 명단을 게시하는 등 학교생활을 하는데 큰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며 SNS, 문자를 통해 협박에 가까운 강요를 받았다.
 대학 학생회비 논란은 매년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 2012년 11월 29일부터 12월 2일까지 캠퍼스라이프 위클리가 대학생평가단 469명을 대상으로 이메일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등록금 납부 시 10명 중 3명은 ‘총학생회비를 납부하지 않았다’(30.8%)라고 응답했다. 가장 큰 이유로는 ‘구체적인 사용처를 몰라서’(60.4%)가 가장 많았다. 또한 응답자 81.9%가 학생회비 운영 역시 ‘만족하지 못한다’라고 했는데 그 이유로 ‘직접적인 혜택을 느끼지 못해서’(61.4%)를 가장 많이 꼽았고 ‘유흥비 등 사적 용도로 사용된다고 생각해서’(33.8%) 등이 뒤따랐다.
 학과 학생회비 또한 예외가 아니다. 지난 2010년 3월 인하공업전문대학 정보통신과 주간부 학생회장은 학과 학생회비 중 일부를 유용한 것을 의심하며 따지러 온 같은 학과 야간부 학생회장을 살인해 논란이 일었던 바 있다. 이 사건으로 학생회비에 대한 고질적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불투명성
 학생회비 논란은 여러 문제점에서 비롯되는데 그 중 불투명성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제시되고 있다. 실제로 여러 대학 커뮤니티에서는 ‘회장이 학생회비로 차를 샀다’, ‘학생회 회식값으로 쓰인다’ 등 투명하지 않은 학생회비 집행에 대해 의혹의 눈길을 던지는 재학생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례로 지난 2월 15일 서울의 모 대학 전 총학생회장 A씨가 총학생회장 임기 중이던 지난해에 학생회비 1,500여만 원을 회식비, 교통비 등으로 사용하고 회계자료를 제대로 남기지 않아 불구속 입건돼 졸업을 앞두고 제적된 바 있다. 본교에서도 지난해 9월 생활과학대 학생회장 B씨가 재직 당시 회비 700만 원 가량을 횡령했다 적발된 사례가 존재한다. 이렇듯 끊이지 않는 사건 탓에 투명성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올해 3월 대학에 입학한 강성욱(20·학생)씨는 “학생회비와 관련해 예전부터 논란이 계속되다 보니 학기 초에 학생회비를 내야할 지 고민이 끊이지 않았다. 주변의 선배로부터 학생회비 운영이 깨끗하지 못하다며 내지 말라는 충고를 듣기도 했다”고 말했다.

★비자율성
 한편 자율적이지 못한 납부 방식도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3월 31일 중앙대 신입생 한 명이 온라인 커뮤니티인 ‘중앙인’에 학과에서 개강총회와 대면식, MT, 체육대회, 스승의날 행사비 등이 포함된 49만 원의 학과 학생회비를 요구하는 징수의 부당함을 고발하는 글을 게시하면서 논란이 됐다.
 이를 해결하고자 지난 3월 교육부에서는 전국 대학에 ‘주의 공문’을 보내 학생회 활동을 위한 학과 학생회비 징수와 관련해 미납 시 불이익을 주는 등의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어 자체 조사를 요청했다. 한편 지난달 29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교육부는 “학생회비 논란은 학생자치문제인 만큼 개입하기 어렵다”며 “학생회 차원의 자정노력으로 해결하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며 문제 개입의 어려움을 표했다.
 한편 대부분의 대학에서 총학생회비의 경우 납부방식이 원만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3월부터 교육부의 ‘자율경비 선택납부제’ 권고 조치에 따라 등록금과 관계없이 특수목적으로 쓰이는 비용을 등록금과 합산하여 일괄적으로 납부하지 않고,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하여 납부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시행중이다.
 그렇지만 총학생회비를 내지 않는 학생이 과거에 비해 늘어나면서 일부 대학 총학생회에서는 운영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때문에 일부 대학에서는 재정난을 이유로 학생회비 납부 여부에 대해 선별적 복지를 제공하기도 한다. 국민대의 경우, 총학생회비를 내지 않으면 국토대장정 참여가 불가능하고 예비군훈련 셔틀버스 신청도 제외되는 등 납부한 학생과 납부하지 않은 학생의 차이를 두고 있다. 그렇지만 이 역시 학생들 사이에서 불만이 제기되면서 학생회비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높은 금액
 또한 학생회비 논란에는 높은 금액 탓도 작용한다. 원광대 학과 학생회비 평균 금액은 학회비 납부금액은 평균 약 29만원으로 조사됐다. 경북대 또한 상주캠 학과 학생회비가 4년 일괄징수 금액 기준으로 최저 30만 원, 최고 38만 원에 평균금액은 35만 원에 달해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큰 부담이라고 한다. 특히 학기 초 신입생을 대상으로 일괄 징수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다수 학생회 측은 4년치 학과회비를 한꺼번에 받는 학생회 또한 10만 원 상당의 학과회비가 부담스럽다는 것을 알지만 이전 방식이 아닌 1년분의 학회비를 걷게 된다면 운영에 차질이 생긴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으로 한동대의 경우, 학부(과) 학생회비를 분할납부하도록 고지서에 선택사항으로 표기돼있다. 해당 학교에 재학중인 김혜원(2·학생)씨는 “분할 납부제를 실시하기 때문에 부담이 적고 선택사항이라 납부 여부와 관계없이 눈치를 보지 않아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그리고 경일대에서는 지난 2010년부터 학생회비 일시납으로 인한 학생 부담을 줄이기 학부(과)별 학생회비 징수를 금지했고 대학 차원에서 학과 행사 지원중이다. 하지만 대학관계자들은 대학 차원에서 학과 행사 지원하는 안에 대해 등록금을 올리지 않는 한 실질적으로 어렵다는 반응이다.

★편입, 전과 문제
 편입 전과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밝혀졌다. 4년분의 학과회비를 일괄적으로 납부한 뒤에 전과하거나 편입·자퇴를 하는 학생들에게 불이익이 생기는 사례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 대다수 학생회 측에서는 학생들이 환불을 요구할 경우 돌려주기도 하지만 학생들이 직접 찾아와 환불을 요구하지 않을 시에는 돌려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학생회비 논란의 원인이 학생회 측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대학교육연구소 관계자는 “학과 별로 특성이 다른 만큼 금액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충분한 논의를 통해 합리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학생 모두가 같이 만들어 나가며 신뢰를 만들어 나가야 하는 문제이지 학생회비를 걷고, 안 걷고의 문제가 아니다”며 “학생들 모두가 자신과 무관하지 않다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본교 총학생회비의 운영은?

 학생회비란 학생회 운영에 보탬이 되기 위해 학생이 자율적으로 내는 돈을 의미한다. 학생회비는 보통 총학생회비와 학과 학생회비로 나뉜다. 총학생회비는 총학생회에서 걷는 회비로 대다수 학교에서 매학기 등록금에 포함돼 나온다. 반면 학과 학생회비는 학과에서 자체적으로 걷는 자치비용을 말하는데 보통 4년간 학과 행사에 쓰이는 제반 비용 명목으로 신입생들에게 일괄적으로 걷는 경우가 많다.
 현재 본교 총학생회비는 만 원이며 등록금을 낼 때 같이 납부한다. 그러나 이는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납부 여부는 학생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올해 2학기 본교 자치기구 예산배분안 자료에 따르면 총학생회비 납부 인원은 7,484명으로, 전체 학우를 16,000명으로 계산했을 때 전체의 약 48%가 납부했다. 다른 학교를 살펴보면, 경북대의 경우 지난해 1학기 총학생회비 납부율이 36%이며 연세대는 지난해 2학기 27%를 기록했다.
 총학생회비는 중앙선거 관리 비용과 단대선거 관리 비용을 제외하고 총학생회, 총대의원회, 동아리 연합회, 생활도서관, 단과대학 학생회, 단과대학 대의원회 등 6개의 기구에 각각 비율에 따라 예산이 배분된다. 배분의 비율은 회칙에 의거해 총대의원회와 중앙운영위원회에서 정한다. 총학생회에서는 이를 자치비로 구분해 업무추진비, 운영비, 회칙개정과 같은 정책비, 인수위원회 운영비 등으로 사용하며 총학생회를 제외한 다른 기구들은 지원금으로 사용한다.
 한편 총학생회비 감사는 총대의원회에서 진행한다. 문요셉 총대의원장은 “1학기에는 8월, 2학기에는 1~2월에 감사특별위원회를 결성해 진행한다. 영수증 원본, 통장원본, 거래내역서, 금전출납부 등을 이용해 예산안과 사용 내역 자료를 비교해 감사한다”며 과정을 설명했다. 또한 총학생회비 비용 중 단과대로 넘어가는 비용에 대해서는 “총학이 단과대로부터 사용 내역에 대한 영수증을 받아 총대의원회로 넘겨 이를 감사한다”고 밝혔다.

우리학교 학생회비 현황은?

 최근 인하광장에 학생회비와 관련하여 부당함을 호소하는 글이 게재됐다. 해당 글에 따르면 ‘8만원을 신입생 때 전부 납부하는 것은 현 학생회 위주의 생각을 대변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학생회비 1회성 납부에 대해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공론화 시켜 문제점에 대해 논리적으로 토론해야 한다’, ‘특별한 문제점을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학생들이 내는 돈인 만큼 각 과의 학생회마다 투명하게 사용내역에 대해서 공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등의 여러 댓글이 달리며 학우들 사이에서 학생회비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본지는 선거철을 맞아 학우들이 학생자치비에 좀 더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고, 투명한 학생사회 건설을 위해 학생 자치를 조명하고자 학생회비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는 공문을 통해 협조를 요청한 뒤 단과대학 회장들과 본교 50여 개 학과 회장들을 대상으로 시행됐다.
 각 학과 학생회장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국어교육과, 시각정보디자인과, 한국어문학과는 인터뷰 응하지 않음)

Q) 학생회비를 일괄 납부하는지, 분기별 납부하는지.
A) 현재 대부분의 학과에서는 일괄적 납부를 시행한다. 그러나 수학교육과, 영어교육과의 경우 분기별 납부가 가능하다. 특히 수학교육과는 일괄 납부와 분기 납부를 혼합한 형태로 진행하기 때문에 학우의 사정에 따라 자율적으로 납부가 가능하다. 한편 경영대의 경우 학과 학생회비가 존재하지 않는다. 단과대로 배부되는 비용과 교비로 운영된다.

Q) 전과하는 학우의 경우 학생회비를 환불해주는지.
A) 거의 모든 학과에서 학생회비 환불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사학과, 철학과, 중문과, 일문과의 경우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있어 전과하는 학과 학생회로 남은 학기분의 금액을 계좌이체 해준다. 또한 공대는 보통 공대 내에서 전과가 이뤄지기 때문에 내부 회의를 통해 전과하려는 학우에게 환불을 해주지 않는다.

Q) 학생회비를 납부하는 학생에게 영수증을 지급하는지.
A) 대다수 학과에서 영수증을 지급한다. 영수증은 학생보관용 영수증, 학생회보관용 영수증, 감사제출용 영수증으로 구성되며 환불 시 증거자료로 이용된다. 그러나 영수증이 없더라도 소속된 학생회에 전산 자료가 남아 있으면 환불받을 수 있다. 아태물류학부의 경우 영수증 대신 통장기록으로 납부여부를 확인하기 때문에 계좌이체로 학생회비를 납부해야 한다. 또한 사회교육과는 요청하는 학생에 한해 영수증을 지급한다.

Q) 학과 학우들에게 학생회비 집행 내역을 공개하는지.
A) 학과마다 다르다. 문과대 소속 학과에서는 매달 단과대 임원과 학과 총무, 단대위원회가 참석하는 총무연석회의를 열어 예산 감사 후 문과대 게시판에 공개한다. 개강총회와 종강총회 같이 학우들이 많이 모이는 자리에서 그동안의 예산집행 내역을 공개하거나 학과 카페, 페이스북 등을 통해 전달하기도 한다.

 각 단과대 회장들과 일부 대의원장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Q) 학생회비 감사는 어떻게 이뤄지는지.
A) △문과대에서는 한 달에 한 번 문과대 총무연석회의에서 각 과의 총무들과 단대 회장 부회장, 단대의원회가 함께 단대와 과 예산에 대한 지출내역을 공유하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진다. 이는 매달 문과대 게시판을 통해 게시된다 △사회과학대에서는 학과 학생회비에 대한 감사가 공식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사회과학대의원회가 존재하지 않아 학기 말마다 총대의원회에 의뢰해 단대 운영비에 대한 감사가 이뤄진다 △IT공대에서는 단대와 학과 학생회비에 대한 감사가 학기 말과 학기 초에 대의원회를 통해 이뤄진다 △예술체육대학의 경우에는 학기가 끝나고 학부에서 감사를 진행하고 생활과학대에는 대의원회에서 학생회비를 감사하며 학기가 끝나고 정기 감사를 받는다 △경상대는 대의원회에서 지급수령확인증을 단대 운영비 감사를 위한 자료로 사용하며 학기가 끝나고 영수증을 통해 단대 대의원회에서 학생회비 감사를 진행한다 △공대의 경우 작년에 바뀐 회칙에 따라 단과대 대의원회 모두가 참석한 가운데 학과 임원들과 함께 학과 학생회비에 대해 논의할 시간을 가진다 △사범대에서는 학과 학생회비에 대한 감사를 따로 실시하지 않고 학과 자체적으로 실시한다.
  
 뿐만 아니라 사물함 사용 비용을 학생회비로 걷는 것에 대한 논란은 지속됐다. 이에 대해 학생지원팀 관계자에게 사물함에 대한 과학생회의 자치권에 대해 묻자 “사물함은 설치할 때만 학교에서 설치해줬고 이후 모든 관리에 대한 권한을 각 과에게 넘겼기 때문에 이는 학교와 상관없는 일”이라며 “학과 학생회비 또한 같은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조휘진 총학생회장은 학생회비 납부 방식에 대해 “분기별 납부 시행이 어려운 것은 아니고 전환이 어려운 것이다”며 “금년도에 학생회비 납부방식을 바꾸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 추후에 중앙운영위원회에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지혜, 김현수, 이은서 기자  inhanews@daum.net

<저작권자 © 인하프레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