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과자봉지 뗏목’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는 지난달 28일 대학생들이 뜯지 않은 봉지 과자 160여 개를 테이프로 이어 붙여 2인용 ‘과자봉지 뗏목’을 만든 뒤 30여 분 만에 900m 떨어진 한강 맞은편을 건넜던 일화를 일컫는 것으로, 국내 제과업체들의 과대 포장을 꼬집기 위한 퍼포먼스였다. 이는 곧 각종 SNS와 커뮤니티에 빠르게 게재되고 기사화되며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었다.
과자 봉지로 만든 일명 ‘뗏목’을 타고 한강을 건넌다니 참 기발하면서도 재밌는 발상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를 마냥 재밌는 이벤트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실제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자스민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3일 환경부에서 제출받은 ‘제과류 과대포장 단속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국내 제과업체들의 과대 포장으로 인한 위반 건수는 577건이며 이로 인해 부과된 과태료는 총 14억 6,0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결과는 국내 제과업계의 과대포장 논란을 여실히 뒷받침해주는 ‘불명예스러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필자 또한 과자 과대포장을 여러 번 경험해봤다. 짭짤한 맛이 매력적인 모 회사의 감자칩은 봉지를 뜯는 순간 포장지의 반에도 못 미치는 실망스러운 양을 자랑하며 ‘질소 과자’의 대명사로 꼽힌 지 오래고, 또 다른 회사의 프리미엄 과자 브랜드에서 유명한 초콜릿 과자는 반들거리는 화려한 포장지와 예쁜 종이상자 속에 포장돼 있어 구매 욕구를 상승시키지만, 막상 포장지를 뜯어보면 상자 속에 들어 있는 과자가 정녕 4개뿐인 것이 맞는지, 필자의 눈을 의심하게 만듦과 동시에 감자칩의 뒤를 잇는 질소 과자계의 샛별로 떠오르고 있다. 양적으로만 양심이 없다면 그나마 낫겠지만, 포장지 속 풍성한 질소에 버금가는 충격을 주는 것은 이들의 비싼 ‘몸값’이다. 들어 있는 과자 양에 비해 비쌀 경우 5~6천 원까지도 호가하는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 때문에 마트의 과자 코너를 가도 항상 몇 번 바라만 보다 결국 단념하곤 한다.
‘질소를 샀더니 과자를 덤으로 준다’는 우스갯소리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과자가 떨어질까 부서질까 노심초사하는 소비자를 위한 친절은 한 번의 포장지만으로 충분하다. 마치 인형 속에 숨겨진 인형을 찾는 러시아의 전통 인형 ‘마트료시카’처럼 과자 하나를 먹기 위해서 상자를 열고, 트레이에 담긴 과자를 꺼내서 다시 또 포장지를 뜯어야 하는 수고로움을 겪어야 할 필요는 없다. 양심을 뻥튀기마냥 과도하게 부풀린 제과업계의 ‘과잉 친절’, 소비자 입장에서 더 이상 달갑지만은 않다.

김다빈 기자  dabin39@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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