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사회가 연장되어 오는 것은 끊임없는 전세대로부터 후세대에의 지식과 지혜의 전달 때문이겠지만, 그와 함께 건강한 윤리와 도덕의 조절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은 다시 말해 후세대인 연소자는 전세대인 연장자, 곧 어른들로부터 지식, 지혜와 함께 윤리와 도덕을 익혀 성장하는 것이 인간 사회의 이치라는 말이다.
그러나 나는 지금 그 이치를 부정한다. 오히려 연소자가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어른들로부터 배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왜냐? 현금(現今)의 어른들이 지닌 지식과 지혜가 혹 유용하다고는 할지라도 그것이 온전한 윤리와 도덕으로 조절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서, 나의 주장은 여기 인하대생 모두에게 이르는 간곡한 당부의 말일 수 있다. 
서두의 운을 이렇게 떼는 소이(所以)로 우리 시대에 올바른 어른이나, 들어 새길 어른의 언어가 부재하다는 것을 까닭으로 든다. 부재라기보다는 차라리 박탈(剝脫)이라는 말이 더 적합할지 모른다. 언어란 사람의 정신―이것을 윤리와 도덕이라고 이를 것인데―이 입을 통해 발설되는 것이니, ‘어른의 언어가 부재’하다는 것은 다시 고쳐 말해 ‘어른 정신을 가진 어른이 부재’하다는 말이 된다. 그러니 앞서의 행(行)은 같은 내용을 두 가지로 나누어 지적한 꼴이다.
아무튼 연소자인 여러분 학생들이 행여라도 배우지 말아야 할 것이 특히 ‘어른 정신’이 부재한 오늘날의 ‘어른들의 언어’이다. 어른들의 언어라는 지칭조차가 부끄럽기 짝이 없는 극단의 말이 만연, 횡행하기 때문이다. 극단의 말이란 이미 윤리와 도덕을 떠난 말이다. 왜냐하면 보편적 윤리와 도덕이 중용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라면 극단은 이미 중용으로부터 멀찌감치 떠난 것이니까.
우리 사회에 횡행하는 극단의 언어의 한 예가 원수(元首)를 원수(怨讐)라거나 혹은 귀태(鬼胎)라거나 하는, 소위 국회의원이라는 어른들의 언어다. 국가 원수에 대한 호오(好惡)를 떠나서도―참으로 다른 나라에도 부끄러운―한번 흉내 내기에도 입이 더러운 그야말로 언어 이전의 언어다.
근래에 회자된 ‘내가 누군지 알아?’라는 발설 역시 윤리와 도덕이 전적으로 박탈된 표현이다. 고압적으로 약한 상대를 바닥에 내리누르는 이런 언어가 어른 사회에 만연하고, 횡행한다. 이런 종류의 언어가 이밖에도 얼마나 수다하게 우리 귀에 들려오는가.
언제부터, 왜 우리 사회에 어른의 언어가 부재하게 되었는지 모른다. 언제부터, 왜 우리 사회에 어른 정신을 가진 어른이 부재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금수도 입에 담지 않을 극렬한 악담의 사회가 되었는지 정말 모르겠다. 다만 알 수 있는 것은 우리 젊은 연소자 학생들이 어른들로부터 결코 배우지 말아야 할 것이 이것이라는 사실뿐이다.

김윤식(시인,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  jy_100@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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