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뭐 먹을까?’란 물음에 흔히 나오는 대답 중 하나는 ‘아무거나’다. 점심식사 메뉴를 고르는 것과 같은 사소한 결정에서조차 쉽게 결정을 미루곤 한다. 즉, 남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누구나 중요한 문제의 결정과 책임을 맡고 싶지 않다. 집단의 구성원 중 누군가가 ‘결정’한다는 것은 큰 부담이다.
 사실 집단의 결정뿐만 아니라 삶에 있어서 모든 결정에는 책임이 수반된다. 그 책임의 화살은 개인이 될 수도 있고, 집단이 될 수도 있지만 때론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또 다른 책임을 일임해 양산하는 경우도 있다. 올해 초 세월호 사건도 그렇다. 책임의 화살을 서로에게 쏘면서 인정하지 않는 모습으로 인해 결국 국민들의 신뢰가 산산조각 나지 않았는가. 책임회피는 국가적으로 큰 사건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작게는 학교 수업시간의 조별과제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조별과제 잔혹사’란 우스갯소리가 등장한 배경도 그만큼 많은 피해를 입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우회전은 특별한 신호를 받지 않고도 갈 수 있는 반면 좌회전은 정해진 신호에 맞춰 가야한다. 필자는 우회전을 자유에, 좌회전을 책임에 비유하고 싶다. 살면서 우회전만 하면서 살아갈 수는 없다. 때로는 좌회전을 해야지만 목적지에 도달한다. 삶에 있어서 자신의 자유만 추구하며 살아갈 수 없으며, 정해진 의무에 책임을 져야 하는 순간도 필연적으로 온다. 나무를 땅에 지탱시켜주는 것은 보이지 않는 땅 속의 뿌리들이다. 그런 ‘뿌리’들이 어느 순간 나무를 지탱하는 일은 자기 일이 아니라며 손을 떼버린다면, 나무는 과연 언제까지 그 위엄을 자랑할 수 있을까. 이 글을 읽는 본인도 혹시 은근슬쩍 자신에게 할당된 손을 거둬버린 채 입을 다문 작은 ‘뿌리’가 아닐는지. 시간이 없어서, 혹은 관심사항이 아니란 이유로 외면했던 사소한 문제들이 또다시 사건을 반복하게 되는 훌륭한 양분이 될 수도 있다. 사회는 서로에게 떠넘기는 책임 문제로 병들어 있다. ‘나 하나쯤이야’라는 무임승차로 인해 타인이 안아야 하는 책임의 무게에 대해 생각해볼 시점이 아닌가 싶다. 무임승차가 계속되면 언젠가는 30배의 벌금을 물어야 할지도 모른다.
 집단 속에 여럿이 함께 있을 때 혼자 하는 것보다 노력을 덜 투입하게 되는 현상을 ‘링겔만 효과’라 한다. 예를 들어 줄다리기에서는 나 하나쯤 당기는 척만 한다 해도 전반적인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리라 생각하기 쉽고, 그럴 때면 있는 힘껏 당기기보다 대충 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링겔만 효과는 책임이 집단 모두에게 있다는 것을 망각하게 된 결과다.
 나에게 중요한 일이 아닌 ‘우리’에게 중요한 일로 생각한다면 과제에 대한 개인의 노력의 양이 증가된다는 연구가 있다. ‘나’는 ‘우리’에게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가. 여기서 ‘우리’란, 국가일 수도, 우리학교일 수도, 가족일 수도 있다. 누구나 맡은 자리가 있기 마련이다. 각자 맡은바 책임에 충실하길 바란다.

백종연 편집국장  jy_100@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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