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 역사 흔적인 ‘인천 감리서’의 터가 무방비하게 방치되고 있어 문제되고 있다.
 인천 감리서는 김구 선생이 일제의 명성황후 시해에 대한 복수를 위해 일본 육군중위를 처단하고 투옥됐던 곳으로 일제강점기 항일정신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역사적 의의가 큰 곳이지만 지역개발로 인해 그 흔적은 사라진지 오래다.
 지난 17일, 기자가 방문한 인천 중구 내에 위치한 감리서 터는 매우 황폐했다. 아파트 아래 후미진 이곳에 존재했다는 것이 상상하기 어려웠다. 인천 감리서를 소개하는 두 개의 팻말과, 그 주위를 두르고 있는 울타리, 주변의 무성한 잡초가 오랫동안 관리에 소홀했다는 흔적을 대신했다. 이전에도 인천 감리서는 심각한 방치 문제로 인해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원래 감리서 터 뒤에 사우나가 운영됐는데 몇 개월 전 사업을 정리하면서 발생한 쓰레기로 인해 감리서 터가 이로 뒤덮이게 됐고 문제가 된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송 모씨는 “사우나에서 나온 쓰레기뿐만 아니라 동네 주민들 또한 감리서 터 주위에 쓰레기를 버렸다”며 “이 일대가 쓰레기 천지가 돼 심각한 문제였다”고 말했다. 이어 “추석 즈음 중구청 관계자들이 트럭에 쓰레기를 수거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아직도 감리서 터 주변에는 공사로 인한 흙더미와, 처리되지 않은 쓰레기들이 목격됐다.
 이러한 심각성을 인식해 전경희 인천 중구의회 의원은 지난해 7월 임시회에서 김구 선생이 감옥생활을 했던 감리서 터를 기념관 건립 등을 통해 역사관광지로 조성해야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은 상태다. 반면 보성군은 인천에서 탈옥한 김구 선생이 45일 동안 은거한 곳을 기념관으로 꾸며 업적을 기리고 있다. 중구청 관계자는 “사유지라 어쩔 수 없다. 지정 문화재라면 사유지라도 어느 정도 보호할 수 있지만 아직까지 ‘터’가 지정 문화재로 등록된 사례가 거의 없다”며 “앞으로도 등록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 감리서가 위치한 중구는 김구 선생이 상해 임시 정부로 가기 전 독립운동을 논의하다 투옥된 장소로써 그 의미가 남다르다. 현재 김구 선생의 동상은 그와는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인천대공원에 세워져 있으며 두 번에 걸쳐 옥고를 치뤘던 인천 감리서 터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는 이유로 무방비한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 역사의 흔적을 쓰레기 속에 묻어두어서는 안 될 것이다. 국민의 지속적인 관심과 관리 당국의 인식 변화가 시급한 시점이다.

강지혜 기자  jj030715@inhanews.com

<저작권자 © 인하프레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