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기획
채식주의자로 살아보다, 7일 간의 채식 체험기

 당연하게 생각하던 것들이 문득 당연해지지 않는 때가 있다. 지난 7월 르포기사의 주제를 정하는 회의에서 채식이란 어가 나오자 고기를 먹지 않고 사는 삶은 어떤 것인지 궁금해졌다. 채식을 하면 건강해지고 고기를 먹을 때보다 날씬해지는 것인지도 알고 싶었다. 분명 힘들 것이란 예상이 들었지만 마음을 굳게 먹고 고기를 먹지 않는 삶을 경험해보기로 했다.

■ 비건(Vegen)이 되다
 채식주의자란 육식을 피하고 식물로 만든 음식만을 먹는 사람을 의미한다. 그러나 모든 채식주의자가 엄격한 채식을 하는 것은 아니다. 채식에도 여러 유형이 있다. △붉은 고기만 먹지 않는 세미 베지테리언부터 △생선 등 해산물까지 섭취하는 페스코 베지테리언 △유제품까지 섭취하는 락토 베지테리언 △동물의 알까지 섭취하는 락토 오보 베지테리언 △그리고 고기와 유제품 동물의 알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동물성 음식을 먹지 않는 비건까지 다양하다.
 필자는 짧은 기간 동안 채식 체험을 하는 만큼 가장 철저한 채식주의자인 비건이 돼 살아보겠노라 결심했다. 주위 사람들은 하나 같이 진짜 할 수 있겠냐는 반응을 보였다. 달걀이나 유제품까지는 먹을 수 있는 수준의 채식을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필자를 설득하기도 했다. 그런 모두의 우려를 뒤로한 채 필자는 비건이 되기 전 인바디 검사를 하고 지난 8월 1일부터 7일 간의 채식을 시작했다.

■ 7일간의 기록
첫째 날 : 대망의 채식 첫 날. 아침은 속이 좋지 않아 먹지 못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메뉴를 고르는 것이 문제였다. 채식을 시작한 필자를 위해 한식을 먹기로 결정했지만 고기, 생선, 달걀, 조미료가 모두 빠진 메뉴를 찾기란 정말 힘들고 귀찮은 과정이었다. 결국 도시락을 시켜먹기로 결정했고 나는 채소볶음밥을 골랐다. 주문을 하며 혹시 햄이나 계란이 들어가는지 물어보고 당연히 들어간다는 답이 돌아오자 모두 빼달라고 부탁드렸다. 첫 날 첫 끼임에도 불구하고 메뉴를 고르는 과정이 까다로워 앞으로 남은 6일이 몹시 걱정되기 시작했다.
둘째 날 : 굳이 외출을 하지 않아도 되는 주말이라 실컷 늦잠을 잤다. 점심 무렵 일어나니 동생이 볶음밥을 할 것인데 같이 먹겠냐고 물었다. 채식 중이라 볶음밥에 햄과 계란을 넣지 못한다고 말하자 동생은 당근과 감자 양파를 썰어 넣고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해 볶음밥을 만들어줬다. 입이 심심해 과자가 먹고 싶을 땐 과일을 먹었고 저녁 식사로는 남은 볶음밥을 먹었다. 그런데 이틀 연속 볶음밥만 먹다보니 질렸다. 따지고 보면 육류와 해산물, 유제품, 달걀 등을 제외한 식단이기 때문에 엄격한 비건 식단이지만 메뉴가 똑같으니 채식하는 느낌이 나지 않았다. 내일부터는 새로운 채식 요리에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셋째 날 : 채식 3일 만에 처음으로 아침을 챙겨먹었다. 채식을 시작함과 동시에 간식이 과일로 바뀌고 양도 줄어서 그런지 아침에 심한 공복감이 느껴져 외출 할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트에서 사온 샐러드용 채소에 방울토마토를 올려 발사믹 드레싱을 뿌려먹었다. 왠지 두유가 단백질을 보충해줄 것 같아 함께 마셨다. 친구와 만나 영화를 보기로 했는데 필자가 채식을 하다 보니 함께 밖에서 사먹을 수 있는 메뉴가 없어 각자 점심을 해결하고 만나기로 했다. 시간이 애매해 간단히 해결하기 위해 편의점에 들어갔는데 한참을 둘러봐도 모두 우유와 계란, 고기성분이 들어간 조미료가 첨가된 음식이 아닌 것들을 찾을 수가 없었다. 한숨이 나왔다. 다시금 비건으로 사는 게 힘들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결국 바나나 두유와 초록색으로 포장된 곡물바 2개를 집었다. 저녁으로는 비빔국수를 해먹었다. 인스턴트 비빔면을 만들 때와 달리 직접 양념장을 만들고 오이를 써는 과정이 번거로웠지만 맛이 생각보다 훌륭해 기분이 좋았다.
넷째 날 : 채식을 시작한 지 4일째, 채식이 보다 건강한 삶을 만들어 줄 수는 있어도 보다 행복한 삶을 만들어 주는 데에는 큰 기여를 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루 종일 그냥 이유 없이 초조하고 짜증이 났다. 신문사 사람들과 함께 저녁 메뉴를 고를 때 고민 끝에 시킨 카레라이스에 ‘쇠고기 시즈닝’이 포함돼 먹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스트레스는 최고조에 달했다. 그래서 기껏 주문한 카레는 남이 먹고 필자는 맨밥에 밑반찬으로 딸려온 깻잎조림과 콩자반만 먹었다. 회의 중에도 무의식 중에 빵이 먹고 싶었는지 ‘카스테라 먹고 싶다’라는 말을 내뱉었다. 여러모로 힘든 하루였다. 채식 전에도 고기를 즐겨먹는 편은 아니었지만 식단을 제한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괜히 먹고 싶은 것이 많아진다. 내일이면 나아질까. 내일은 또 뭘 해먹어야하는 것인지 걱정이 됐다.
다섯째 날 : 괜찮을 줄 알았는데 자꾸만 예민해졌다. 배고플 때 아무거나 먹을 수 없다는 건 참 스트레스 받는 일이란 사실을 매순간 깨달았다. 그래서 사소한 일로 동생과 다퉜다. 그러고 나니 자극적인 음식이 먹고 싶어졌다. 진지하게 채식이고 뭐고 포기하고 치킨을 시킬까 고민하며 집에 오는 길에 평소엔 보이지도 않던 유기농 가게가 보여 들어가 채식라면을 샀다. 한 봉지에 1,800원씩이나 해, 끓이면서 맛이 없을까봐 걱정했는데 일반 라면과 맛이 똑같았다. 왜 진작 채식주의자용 라면, 콩고기, 빵 등을 구입하지 않은 것일까. 이제 채식 체험이 거의 끝나가는데 진작 사놓았더라면 싶었다.
여섯째 날 : 늦잠을 자서 한 끼도 먹지 못하고 친구들을 만나러 갔다. 오랜만에 만나는 고등학교 동창들이라 맛있는 것을 함께 먹고 신나게 수다를 떨고 싶었는데 역시나 채식을 하는 필자 때문에 메뉴를 고르는데 시간이 걸렸다. 우여곡절 끝에 정한 곳은 엄선한 유기농 재료만 사용하는 파스타 집이었다. 때문에 육류가 하나도 들어가지 않은 토마토 스프와 신선한 샐러드를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여러 메뉴를 시켜 함께 나눠먹는 친구들을 보니 왠지 조금 쓸쓸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디저트를 먹을 때에도 함께 숟가락을 움직이며 아이스크림이 올라간 팥빙수를 먹는 친구들 옆에서 필자는 과일 주스를 마셔야했다. 평소엔 비건이지만 상황에 따라 육식을 하는 플렉시테리안들이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동시에 어느 상황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채식주의자들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일곱째 날 : 유기농 가게에서 달걀과 우유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보리식빵을 샀다. 그래서 오늘은 약 일주일 만에 아침으로 빵을 먹었다. 평소 먹던 식빵과는 다르게 거칠거칠했지만 더 고소한 맛이 나 좋았다. 점심에는 강남에서 친구를 만났는데 배가 고프다는 친구와 함께 갈 수 있을법한 식당이 도저히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헤매다 비빔밥 전문점을 발견해 기본 비빔밥인 비비고 라이스를 시키고 두부토핑과 참깨소스를 골랐다. 다른 식당들과는 다르게 비빔밥의 주재료와 소스를 직접 고를 수 있다는 점이 채식주의자들에게는 참 반가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 채식뷔페 산들바람
 채식 마지막 날 다시 인바디 검사를 하니 몸무게가 3킬로나 줄어들고 체지방률도 줄어들었다는 결과를 받아볼 수 있었다. 이 기분 좋은 결과와 함께 필자는 채식이 끝난 기념으로 채식뷔페 ‘산들바람’으로 향했다. 이 곳은 일반 주택가 구석에 위치하지만 우유와 달걀 고기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모든 재료를 유기농으로만 엄선해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예약을 하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꽉 찬 자리 때문에 약 15분 정도를 기다려야 했다. 특이하게도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모든 테이블에 냅킨 대신 수건을 놓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음식은 모두 유기농 재료를 사용해서인지 신선하고 건강한 맛이었다. 가짓수가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필자가 채식 도중 뒤늦게 먹어보고 싶다고 생각한 콩고기와 다양한 한식 반찬과 샐러드, 채소 등이 있었다. 꼭 채식주의자가 아니더라도 건강한 한 끼 식사를 위해 부담 없이 들릴 수 있을법한 가게였다.

■ 7일 간의 채식을 마치며
 호기롭게 시작한 일주일 간의 채식 체험이 끝났다. 짧은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했지만 체감해보니 짧은 시간은 아니었다. 도전 중간 왜 하필이면 비건 채식에 도전했는지 후회하며 달걀만 먹어도 덜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 여러 사람들과 함께 식사를 할 때면 자꾸만 눈치가 보여 우리 사회에서 살아가는 채식주의자들의 불편함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감량된 몸무게뿐만 아니라 활발해진 장운동, 좋아진 피부 등은 채식이 내 몸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했다.
 반면 채소와 곡물로는 채워지지 않는 단백질을 섭취하기 위해 하루견과를 챙겨먹을 때면 채식도 일종의 편식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실제로 채식의 이로움에 대한 책만큼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책도 많은 것을 보면 어느 한쪽에만 치우칠 수 없는 문제인 것 같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번 채식 도전이 필자에게 앞으로의 식생활에서 채소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다 크게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는 것이다. 이 경험을 삶의 새로운 계기로 삼아 앞으로 보다 건강한 삶을 영유하고 싶다.

강기쁨 기자  glee93@inhanews.com

<저작권자 © 인하프레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