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활동을 함에 있어 그에 대한 평가는 필수불가결하다. 자체적으로 시행되는 내부적 평가부터 외부적 평가까지 그 범위는 다양하다. 평가는 현 시점을 객관적으로 드러내 어느 부분을 개선해야 할지 깨닫게 해 발전에 기여한다. 최근 들어 평가의 목적이 변질된 것은 아닌가 싶다. 긍정적 평가를 받길 바라는 마음은 좋은 동기와 성취를 갖고 올 수 있지만 발전을 도모하기보다 결과가 잘 나오는 것에만 치중한다. 이런 오류는 지식인을 양성하는 대학교에서도 예외 없이 일어난다. 대표적으로 성적평가와 교수강의 평가를 들 수 있다.
  우선 성적평가의 경우 자신의 점수에 의문이 드는 학우들은 성적이의제기를 하는 등 자신의 성적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물론 열심히 공부해서 정당한 사유로 이의를 제기하며 수정이 필요한 부분을 바로잡아 달라 요구하는 것은 학생의 당연한 권리다. 그러나 일부 학우들은 단순히 결과를 잘 받기 위해 부적절한 사유로 성적이의제기를 하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실제 기자 주변에도 연민에 호소하며 교수님께 메일을 보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에 지친 일부 교수님들은 성적 공개일을 차일피일 미뤄 늦게 올리거나 이의제기 메일을 잘 받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는 열심히 한 학우에게 또 다른 피해를 준다.
  비단 학우들만 오류에 빠지는 것은 아니다. 일부 교수들도 평가결과를 너무 신경 쓴 나머지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이는 교수강의 평가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대부분의 교수들은 진실한 평가를 원한다. 그러나 강의평가를 잘 받기위해 수업 중 강의평가에 대해 자주 말하며 자신의 평가를 긍정적으로 해달라고 직접적으로 요구하거나, 성적을 잘 줄 테니 교수강의 평가를 잘 해달라고 은밀한 거래를 제의하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많은 학우들은 성적을 열람하기 위해 형식적인 평가를 하기에 대체적으로 좋은 평가를 하게 되고 실질적 강의평가는 이뤄지지 않는다.
  위 두 가지 경우 모두 평가의 좋은 ‘결과’만 치중해 악순환이 계속돼 결국 평가의 맥을 흐리게 한다. 이러한 방법으로 좋은 결과를 얻으면 교수는 명예가 높아지고, 학우들은 높은 학점을 얻게 될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당장 눈앞의 결과만 좋을 뿐 더 나은 모습의 미래로 이끌어 줄 순 없다. 지금이라도 평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할 시점이 아닐까.

김혜원 기자  kimhyewon23@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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