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딱한 노릇이다. 지성의 전당으로 일컬어지는 대학을 두고 장사하는 방법을 논해야 하는 현실은 참 딱한 노릇이다. 설사 모든 것이 자본의 논리에 휘둘리는 냉혹한 현실을 인정한다고 할지라도 우리 대학의 거꾸로 가는 상술을 접하며 쓴 소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안타깝기만 하다. 특히 더 큰 가치를 창출해 이문을 남기려는 장사 대신 구성원들을 쥐어짜 비용을 아끼려는 장사를 하려 하는 것을 보면 더더욱 그렇다.
교직원들의 출퇴근 버스를 없앨 것이란 소문이 돈다. 교직원들에게 무상으로 제공되던 저녁도 없앨 것이란 소문이 돈다. 소문이라고만 생각했던 것이, 본부의 관계자들은 절대 아니라고 부정을 했던 것이 이제는 기정사실이 되어가고 있고 실무적인 절차도 이루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복지 혜택이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편중되기 때문에 없앴다는 논리는 옹색해 보인다. 결국은 출퇴근 버스와 무상 석식에 드는 돈을 아껴보겠다는 취지일 뿐이다.
교수들의 승진과 승급 기준은 상향하고 인정 항목은 줄이거나 점수 자체를 줄이겠다는 업적평가 제도의 시행이 예고되었다. 교육과 연구 환경은 나날이 열악해지는데 더 많은 수의 업적을 짜내야 하고, 어쩔 수 없이 주당 9시간의 수업을 해야 한다. 학과 평가제를 빌미로 필요한 교원을 제 때 충원하지 않고, 일부 과는 교원을 충원하지 않음으로써 정리하려 하고 있다. 우리 학교의 연구와 교육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라 하지만 결국은 구성원들을 더 쥐어짜겠다는 전략일 뿐이다.
계산기를 두드려 보면 출퇴근 버스와 석식을 없애면 얼마가 남을지 금세 알 수 있다. 교원 하나를 덜 뽑되, 교수들을 쥐어짜면 비용은 줄이되 연구와 교육은 기존 상태로 유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남는 장사가 아니다. 우리 대학의 동력은 그렇게 아낀 돈 몇 푼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매일 출근해 밤늦은 시각까지 매진한 교수들의 교육과 연구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의욕은 꺾고 노동력은 착취하려는 시도는 결코 남는 장사가 아니다. 저녁이면 텅 비는, 주말과 방학이면 텅 비는 학교는 동력을 상실한 학교일 뿐이다.
기름 값과 각종 비용을 줄이는 것이 최선의 경영방식일 수 있는 재단의 입김 때문이라 믿고 싶지는 않다. 이러한 경영을 누구보다도 잘 알았던 고 조중훈 이사장이지만 적어도 학교에 대한 투자만은 아끼지 않았다. 이러한 뜻을 받들어 제대로 된 대학 장사를 하고자 한다면 아끼는 장사가 아니라 남기는 장사를 해야 한다. 연구와 교육에 대한 열정을 남기지 않으면 대학 장사는 끝이다. 학교를 사랑하고 연구와 교육을 사랑할 사람을 남기지 않으면 우리 대학은 바닥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무릇 장사 중에 최고의 장사는 사람을 남기는 장사라 했다. 돈 몇 푼을 아끼는 장사가 아닌, 학교를 사랑하는 사람을 남기는 장사를 권한다.

사설  jy_100@inhanews.com

<저작권자 © 인하프레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