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 있는 대학이라고 해서 그 소속 학생의 대부분이 그 지역 출신만은 아닐 것이다. 다양한 선택과 기회에 따라 전국 각지의 학생들로 구성되었을 것이다. 교통 편리로 어쩌면 인근 서울 출신 학생이 상당한 비율을 차지할지도 모른다. 그런 까닭에 이 대학이 인천지역 대학이기는 하지만 구성원들에 의한 ‘인천 냄새’는 거의 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물론 현대의 대학이 쾨쾨하게 어느 지역 냄새만 잔뜩 풍기고 있어서도 결코 될 일은 아니지만.
문득 생각나는 것이 글로벌이라는 말인데 간단히 정의하자면 세계와 두루 통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온 인류가 공통의 이기(利器)로 여기는 핸드폰 따위 같은 것은 아니다. 세계와의 소통은 오로지 저만의 독특한 역사와 개성과 정신문화가 근본 바탕이 될 것이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여기서 ‘지역적’이라는 말을 학교 현실로 바꾸어 놓으면 ‘학풍’ 혹은 ‘교풍’ 같은 것이 된다. 학풍은 한 대학에 4년 혹은 6년 간 재학하며 몸에 배는 학교 문화이다. 그것은 앞에서부터 내려오고 후일에 전통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이 같은 학풍, 전통은 지역의 독특한 역사 같은 정신적 토양 등과도 관계를 가진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어느 지역에서 재배된 농산물이요, 어느 지방에서 수공된 악기요, 어느 도시에서 연마된 귀금속이요, 하는 식이다. 사람으로 말한다면 어느 가문, 혹은 어느 대학 출신, 하는 따위의 평가와 같다. 무릇 사람이든 산물(産物)이든 그것이 놓였던 환경, 곧 역사와 전통을 이어온 토양을 글로벌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말이다.  
그런 관점에서 대학은 지역의 토양으로부터도 양분을 섭취해야 한다. 학교에 머무는 동안만이라도 그 지역의 정신문화, 인문학을 통해 자기 성숙의 요소들을 공급받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다. 가령 이 대학 학생들이 역사적으로 인천이 배출한 전국적 인물들에 대한 탐구가 있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 어떤 답을 내놓을까.
우리나라 맹인들의 세종대왕으로 일컬어지는 점자 창안자 박두성(朴斗星) 선생이나 우리나라 고미술사학(古美術史學)의 태두 고유섭(高裕燮) 선생을 몇이나 알고 있을까. 구한말 우리나라 최초의 해군 함장이었던 신순성(愼順晟) 선생, 일장기 말살의 주인공 이길용(李吉用) 선생 등에 대해서 탐문한 바 있었을까.
아쉽게 지금은 끊어졌지만, 바로 신순성 함장의 자제가 되는 고 신태범(愼兌範) 박사께서 과거 여러 해 동안 이 대학에서 ‘인천’을 강의함으로써 지역의 역사와 풍물에 대한 지식을 학생들에게 수혈했던 일이 있었다.
고작 대학 후문의 술집, 밥집, 당구장 골목만을 기억해서는 안 된다. 내가 학문을 연구하던 도시의 인문 문화를 병행해 탐구함으로써 이 대학만의 독특한 학풍을 길러야 한다. 대학이 세계로 나가는 데에는 이 같은 지역 토양의 냄새도 절대 필요하다.

김윤식  jy_100@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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