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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를 잃어버린 언론의 침몰

세월호 침몰 사고로 인한 보도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언론사들의 오보는 말할 것도 없고 자극적·선동적 보도는 이미 도를 넘어선 상태다. 언론은 유가족들의 슬픔을 상업화해 소비한 것과 다름없는 행동을 보여줬다.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 서로 다른 말들을 하는 언론을 보며 무엇을 믿어야하는지 국민들은 분노했고 그로 인해 적지 않은 배신감과 좌절을 안겨줬다. 니체의 명언 중 '진실은 없다. 주관적인 해석만 있을 뿐'이란 말이 공감가는 요즘이다.
MBC는 단원고교 학생들이 받을 수 있는 보험금에 관한 보도, SBS는 현장에서 웃는 모습이 4초가량 포착, KBS1은 ‘선내 엉켜 있는 시신 다수확인’이란 자극적 보도, MBN은 민간인 잠수부라고 속인 홍모씨의 인터뷰, JTBC는 전화 인터뷰 중 친구가 사망한 사실을 아느냐는 경솔한 질문. 각 언론사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대학신문의 기자로서 언론의 행태에 대해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필자 또한 언론에 대한 실망이 적지 않다.
지난 24일, 기자를 꿈꿨던 안산 단원고 3학년 한 학생이 세월호 침몰사고를 보도하는 언론의 잘못된 모습을 지적하며 언론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낸 사건이 있었다. ‘대한민국의 직업병에 걸린 기자분들께’라고 운을 뗀 글은 올해 기자였던 자신의 장래희망이 바뀌었다는 내용이었다. 이어 ‘업적을 쌓아 공적을 올리기 위해서만 앞뒤 물불 가리지 않고 일에만 집중하는 여러분(기자)들의 모습을 보니 정말 부끄럽고, 경멸스럽고 마지막으로 안타까웠습니다’라고 일침했다. 그 누구도 바로 말하지 못했던 말을, 오죽하면 열아홉살 고등학생이 언론의 참담함을 토로하겠는가.
5일 동안 같은 자켓을 입고 보도를 한 손석희 앵커의 침묵, 많은 국민들은 그것에 동조했다. 그의 침묵에는 위로와 애도가 내포돼 있었고, 국민들은 그의 진심을 느낀 것이다. 모든 언론이 손석희 앵커와 같은 행동을 하라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언론사들은 언론의 기능이 정보전달·비판·감시 등이라 하지만 기본적으로 책임과 신뢰라는 덕목이 갖춰진 상태여야 한다는 것을 망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비단 세월호만 침몰한 것이 아니다. 국가에 대한 신뢰, 언론에 대한 믿음, 그 모든 것이 침몰했다.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 모두의 잘못에서 연쇄적으로 비롯된 사고는 현재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자화상인 셈이다. 신뢰가 한 번 무너지는 것은 쉬워도 다시 쌓기는 어렵다. 이번 세월호 사고로 곪고 있었던 각자의 위치들이 드러나고 있는 와중, 언론의 제 역할을 다시 정비해볼 때다.

백종연 편집국장  jy_100@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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