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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 더 레코드, 그 '정도'를 잡아라

최근 ‘off the record(오프 더 레코드)’란 단어가 습관이자 유행으로 번지고 있는 것 같다. 오프 더 레코드란 사전적 의미로 기록에 남기지 않는 비공식 발언이다. 기자가 의무를 지켜야 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일정 시점까지 보도금지를 의미하는 ‘embargo(엠바고)’와 차이가 있다. 취재원이나 발언자를 보호하며 신뢰를 지킬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게도 쓰이지만, 과도하게 사용하면 언론통제로 변모할 요지가 있다. 현대사회에서는 언론직에서만 사용되는 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다른 곳에 누설하지 말라는 의미로 흔하게 사용되곤 한다. 발 없는 말이 천리간다는 속담이 있듯이 말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돼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말 한마디, 혹은 어조 하나 잘 못되더라도 뭇매를 맞는 예민한 사회 분위기 탓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취재원 없이는 기사도 없다. 대중에게 전달하는 내용에 한계점이 있다하더라도 오프 더 레코드를 통해 더 많은 정보를 얻고, 보다 완성도 높은 기사를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오프 더 레코드는 유용하다. NYT의 주디스 밀러 기자는 리크게이트의 정보원을 공개하라는 법원의 명령을 거부하고 감옥에 갔다. 일명 ‘리크게이트 사건’을 통해 세간에 암묵적으로 기자와 취재원 사이 신뢰도의 중요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 사건으로 인해 한 편에서는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동이라 비판을 받기도 했다.
우리나라 신문윤리강령에는 '공공의 이익에 절대적으로 필요하지 않는 한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간략하게 명시하고 있다. 그 '공공의 이익'이 무엇인지는 기자 본인의 판단에 달린 셈인데, 이는 다분히 주관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는 엠바고 파기 시 모든 부처의 인터뷰 거부 등을 추진하다 과도한 언론 통제라는 비난을 산 바 있다. 이명박 정부는 아덴만 작전의 엠바고를 깬 일부 언론사에 대해 청와대 등록취소 등 중징계 여부를 놓고 논란을 빚기도 했다.
때로는 ‘모르는 게 약’이란 말에 심히 공감이 되는 요즘이다. 사실 오프 더 레코드나 엠바고는 대중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기자들에게 참으로 난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을 보도해야하는 사명이 우선일지, 아니면 취재원을 보호해야 할 직업윤리가 먼저일지, 정말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엄밀히 따지자면 오프 더 레코드에 의무는 없다. 단지 취재원의 편의를 위한 암묵적 배려다. 그렇기에 오프 더 레코드가 취재를 좌지우지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러서는 안 될 것 이다. 과유불급이란 말이 있듯, 오프 더 레코드도 정도를 지나치면 독이 되곤 한다. 그 중도를 지켜 올바른 결정을 하길 소망한다.
 

백종연 편집국장  jy_100@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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