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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는 침묵하는 다수보다 강하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소수의 의견을 존중하라’라고 배우곤 했다. 소수는 곧 약자라고 인식돼왔고, 다수는 그러한 약자들을 보호해야한다고 학습했다. 다수의 그룹에 포함되지 못한 소수의 삶. 정치, 종교, 생활 방식, 취향 등 어떤 것이 됐든 소수는 다수에 비해 소외되고 외면받기 마련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어떤 집단, 혹은 사회에서는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최근의 상황들을 보면 소수가 침묵하는 다수보다 더 힘이 센 것 같은 경우들이 심지어 더 많은 것 같기도 하다. 국제사회에서보자면 지배력을 가지고 있는 소수의 국가들이 작은 다수의 국가들에게 많은 영향력을 끼치는 것을 들 수 있겠다. 또한 파레토 법칙(80대 20의 법칙), 소득 상위 20%인 사람들이 전체 소득의 80%를 차지한다는 기본 이념에서 시작돼 정치, 경제, 문화면에서도 다양하게 등장하는 추세다. 소수가 상황에 따라선 다수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다수를 움직이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교내를 예로 들자면, 교내 인터넷 게시판의 일이 학교 전체의 의견처럼 대변되거나, 혹은 온라인에서는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오프라인에서는 대다수의 학우들이 관심조차 두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교내 자유게시판에 나온 의견을 보고 설문조사를 진행해 본적이 있는데 반대의 결과가 나와서 당황한 적이 있었다. 이런 현상에서 유의할 점은 소수의 의견을 다수의 의견으로 착각하지 말되, 자신만의 신념이나 잣대를 세워 소수와 다수를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소수가 다수에게 미치는 영향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이와 관련해 인종차별 반대운동가 로자 파크스의 일화가 있다. 버스에서 백인들에게 인종차별을 당한 로자는 '우리들이 왜 차별 받아야 하는가'에 관한 3만장이 넘는 버스 보이콧 유인물을 도시에 배포했다. 처음에 그녀의 행동에 무관심한 흑인들은 그녀의 일관된 행동과 확신에 '왜?'라는 의문을 가졌고, 이는 시대의 흐름을 바꾼 계기가 됐다. 이는 소수의 일관된 행동과 생각이 귀인이론(사람들은 타인이 일관적으로 유지하는 행동을 가장 중요한 정보로 생각)이 접목된 긍정적 효과다. 소수는 일관적인 행동을 보이며 다수에게 자신의 행동을 다시 생각하게 될 계기를 마련해주기도 한다.
어떤 집단이든 소수와 다수는 항상 존재하기 마련이다. 때로는 번갈아가며 소수가 되기도 하고 다수가 되기도 한다. 어제는 소수였다가도 다음 날에는 소수를 외면하는 다수의 구성원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소수와 다수를 저울질하며 서로 배척하는 것보다 ‘나와 다른 입장인 이유’에 대해 고찰해보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침묵하는 다수, 일관적인 소수가 될지. 혹은 합리적인 다수, 편협적인 소수가 될지는 바로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

백종연 편집국장  jy_100@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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