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창덕궁 낙선재(樂善齋) 뒤뜰이 개방됐다. 낙선재는 조선 제24대 임금인 헌종의 서재 겸 사랑채로 1847년 건립됐으며, 지난 2012년 3월 2일 보물 제1764호로 지정됐다. 문화재청 측은 관람객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출입을 막은 낙선재 뒤뜰을 봄을 맞아 개방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낙선재는 마지막 주인인 황태자비 이방자 여사가 1989년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지낸 이후 안전과 문화재 보호를 위해 통제돼 왔다. 또한 낙선재는 창덕궁에서 유일하게 단청(丹靑)이 없는 건물로, 상중(喪中)에 왕후들이 기거하던 곳이라 해 단청을 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지난 2일 방문한 창덕궁에는 이미 봄이 완연해 있었다. 각 중‧고등학교에서도 견학을 온 듯 많은 학생들로 북적였고, 나들이를 하러 온 가족과 친구, 연인들도 눈에 띄었다. 드넓은 창덕궁을 거닐며 저마다의 단란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듯 했다.
개방된 지 고작 하루가 지난 낙선재 뒤뜰은 생각보다 넓은 공간은 아니었지만 곳곳에 흐드러지게 핀 매화와 벚꽃, 앵두꽃 등 각양각색의 꽃들이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툇마루에 앉아 그 풍경을 가만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절로 화사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꽃들을 둘러싸고 있는 돌담 옆에 자리한 계단과 투박한 조각에 새겨진 전각 무늬들은 멋스러웠다. 파란색 한복을 차려입은 해설사의 설명을 주의깊게 들으며 움직이는 무리 중에는 더러 외국인 관광객들도 보였다. 영등포에서 왔다는 주부 한모씨는 “낙선재 뒤뜰을 개방한다는 소식을 듣고 꼭 와보고 싶었다”며 “꽃들도 많이 폈고, 바람도 살살 부니 좋은 구경을 하고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창덕궁 관리소 관계자 측은 “그동안은 관광객들이 협소한 계단에 올라가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상의 문제로 인해 부득이하게 뒤뜰을 개방하지 못했었다”며 “이번에 봄을 맞아 뒤뜰을 개방함으로써 많은 관광객들이 즐겁게 다녀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정비를 통해 더 많은 곳을 개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닫혀 있던 ‘비밀의 화원’이 열리듯, 고즈넉한 멋이 느껴지는 낙선재에서 아름다운 꽃나무들이 펼치는 싱그러운 봄의 선물을 더욱 많은 사람들이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

김다빈 기자  dabin39@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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