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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의 미묘함

 학교에 켜진 전구와 트리를 바라보고 있자니 연말 분위기가 물씬 풍겨온다. 올 한해를 어떻게 보내자는 다짐을 한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2013년도의 마지막 달이 다가왔다. 그렇게 우리 신문도 어느덧 ‘종간 호’를 맞이하게 됐다
 편집국장이라는 명함을 내걸며 동기·후배들과 바쁜 여름방학을 보내고 정신없이 달려온 이번 학기에서 ‘종간 호’란 존재는 필자에게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그러나 어딘가 아쉽고 씁쓸함이 남는 말이다.
 개강 호를 준비할 때까지, 마지막의 순간은 생각해보지 못했다.(사실 상상도 못했다) 매일 바쁜 나날, 뒤집히고 뒤집히는 기사들 속에서 나온 신문들은 부끄럽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했다. 힘들다고 느끼게 되는 순간마다 어떻게 이것을 넘겨야 할지 막막함만 가득했었다.
 무슨 일이든 매번 최선을 다한다고 하지만 항상 마지막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좀 더 신경 써서 만들어 볼 걸, 내 사람들을 더 뒤돌아 볼 걸.
 점점 떨어져가는 신문구독률에, 심지어는 우리 신문의 존재자체에 대해서도 알지 못하는 많은 학우들을 독자로 끌고 오지 못한 것도 매우 아쉽다. 때로는 내 할 일에만 빠져, 나에게 주어진 일을 뒤로 미루기도 했다. 그토록 외치던 ‘리더’와 ‘소통’의 역할을, 나는 과연 제대로 행하였을까.
 사실 그 동안 필자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네 전공, 네 앞날에 도움도 안 되는 것. 그만 잡고 있어라”였다. 그러나 막연한 내 길, 내 꿈이 존재했던 어릴 적, 이상만을 좇아 들어왔던 이곳도 역시 사람 사는 곳이다.
 ‘기자’생활이란, ‘나’라는 존재 위에 ‘기자’라는 호칭을 덮고 나를 잃어버리는 과정이기도 하다. 사적으로는 친한 관계여도 이름 세 글자에 기자라는 호칭이 추가됨에 따라 알 수 없는 선이 그어진다. 그런 점이 견디기 힘든 존재로 자리 잡고 있지만, 바로 그것이 내가 느껴야 할 책임감의 무게다.
 어떤 일에서 시작이 반이라고 한다면 마지막은 나에게 남은 소중한 순간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이란 것.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듯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다. 우리는 지금 이 끝에 서 있다. 그러나 이것은 또 새로운 ‘시작’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마지막 데스크를 남기며 힘든 시간동안 날 믿고 따라와 준 기자들과 다시 안 올 아침을 맞이하는 이 순간, 데스크를 향해 새로운 해가 빛을 밝혀주고 있다.

소원선 편집국장  w_sunny9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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