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우뿐 아니라 교직원까지… ‘우각로 문화마을’ 찾아
‘스톱’, ‘주세요’ 두 단어로 통하는 연탄 나눔길
보여주기식이라는 아쉬움 남아

지난 11일 오후, ‘사랑의 연탄나눔봉사’가열렸다. 우리학교에서는 △29명의 학우 △교직원 △교무위원 △주민 등 약 80명의 참가자들이 함께 인천 숭의동 ‘우각로 문화마을’을 찾았다. 이는 우리학교와 ‘인천시 남구청’이 연계해 준비한 것이며 1만 장(600만원 상당)의 연탄을 독거노인 및 저소득층 30여 가구에 배달했다. 그 생생한 연탄봉사 현장에 기자가 직접 찾아가 봉사활동에 함께했다.

◆ 과거와 현재의 경계선에 있는 예술터전, 우각로 문화마을
우각로 문화마을은 인천 남구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꼽힌다. 약 2000년 대 쯤에 재개발 지구로 선정됐다. 재개발 지구라는 소식에 우각로 문화마을에 머물던 사람들은 하나 둘 짐을 싸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빈집이 계속해서 늘어났고 낡고 오래된 집들만 남게 됐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마을이 침체되면서 지역주민, 문화예술인, 행정이 힘을 합쳐 공동체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일명 ‘생활문화공동체 만들기 사업’이다. 프로젝트가 실시 된 후 마을은 골목길 곳곳에 벽화가 그려졌을 뿐만 아니라 오래된 집에 알록달록한 노랑, 파랑, 분홍색 등의 페인트로 새 단장했으며 △게스트 하우스 △행복도서관 △자기랑 등의 문화공간도 형성됐다. 침체된 마을에 ‘문화’라는 색을 입히자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낭만에 젖어 벽화를 바라보고 있기도 했다. 우각로 문화마을 근처 고등학생이라는 한소현(19)양은 “마을이 알록달록해져서 보기에도 예쁘고 사람들도 많이 찾아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변화에 성공한 우각로 문화마을은 지난달 27일 '제1회 대한민국 지방자치박람회 우수 향토자원 30선'으로 선정되기도 한 쾌거를 이뤄내기도 했다.

◆ 처음 경험하는 연탄봉사 준비과정
기자는 우각로 문화마을에 연탄을 전달하는 연탄봉사에 참가했다. 연탄봉사를 시작하기 전 우리학교 박춘배 총장은 “작년에 이어 금년도에도 연탄 배달을 하게 됐다. 나눔의 마음을 전하며 공동체로서 도와가며 행사의 의미를 되새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총장의 말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연탄을 나르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학교에서는 앞치마와 조끼, 팔토시, 장갑, 고무장갑을 제공했다. 서로의 앞치마 끈을 묶어주는 장면에서 훈훈함을 느꼈다. 다른 학우의 앞치마 끈을 묶어주고 있던 이예슬(IT·3) 학우에게 연탄봉사에 참가하게 된 계기를 묻자 “예전부터 봉사를 하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어서 하지 못 했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조금 여유로워진 와중 운명처럼 연탄봉사의 기회를 접하게 됐다”고 말했다.

◆ 사랑의 나눔, 연탄봉사의 생생한 체험
연탄은 생각보다 무거웠다. 대략 3kg 정도 되는 연탄을 두 손으로 품고 있으니 손이 바르르 떨리기까지 했다. 지그재그로 서있는 사람들 틈 속에서 연탄은 손에서 손으로 옮겨졌다. 초반에는 다들 기운이 넘쳐서 연탄이 손을 스치듯 지나갔다. 연탄의 무게를 채 느끼기도 전에 다른 사람 손에 가있는 연탄을 보며 의외로 쉽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속도가 더뎌지기 시작했다. 저 멀리서 탄식 소리가 나오는 것을 들으며 연탄을 깨뜨리기 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연탄봉사는 ’stop'과 ‘주세요’라는 두 단어로 통한다. ‘stop!'이라는 고함이 들릴 때마다 연탄은 손에서 머물게 된다. 그 'stop'이란 시간이 50초일지, 1분일지, 5분일지는 뒤에 연탄을 받아서 놓는 사람만 알고 있다. 앞이나 중간에서 연탄을 나르는 사람들은 오매불망 무거운 연탄이 내 손에서 떠나가길 기다리고 있다. 5분이 넘도록 연탄이 떠나질 않으면 팔이 아파 시멘트 바닥에 살짝 내려놓고 쪼그려 앉아서 기다리기는 한다. 그 기다리는 시간동안 처음 보는 옆 사람과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하고, 구멍이 나있는 연탄을 톡톡 건드려 보기도 한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면 어느 순간 다시 ’주세요!‘라는 고함이 들린다. 그러면 다시 일어나서 언제 그랬냐는 듯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어깻죽지가 쑤시기 시작했다. 잠시 쉬고 싶더라도 앞사람이 쉬지 않으면 뒷사람도 못 쉰다. 쉴 틈 없이 흘러가는 강물처럼 연탄행렬도 끈임 없이 이어졌다. 팔에 힘이 없어서 연탄을 아슬아슬하게 건네줄 쯤에 맨 앞에서 소리치는 소리가 들린다. ‘마지막 20장 남았어요!’ 그 소리에 사람들은 입에서 입으로 ‘20장 남았나 봐요, 힘내요’라고 옆 사람에게 전했다. 20장 남았다는 게 진실인지 거짓인지도 몰랐지만, 그저 좋다고 힘을 내며, 기자뿐만 아니라 모두 한 마음이 돼 연탄을 날랐다. 열심히 나르다보니 20장이 넘은 것이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까만 연탄이 야속하게 눈앞을 지나갔다. 이곳저곳에서 “바닥에 연탄 공장이 있나보다”하고 농담이 튀어나오곤 했다. 결국 20장이 훨씬 넘는 연탄이 지나가고 나서야 “마지막 한 장!”이란 탄성이 터져 나왔다.
마지막 연탄은 느리게 움직였다. 마치 다들 그 마지막 연탄의 무게를 기억하려는 듯이 손으로 조심스레 감싸 안고 옆 사람에게 넘겼다. 모두가 함께 나른 마지막 연탄에는 봉사가 끝나는 것에 대한 아쉬움, 연탄 하나로 세상을 덥히고 싶다는 희망, 그리고 연탄봉사를 끝마쳤다는 보람이 담겨있었을 것이다.
기자의 왼편에서 같이 봉사를 했던 양원희(컴공·2) 학우는 “총학생회의 글을 통해 참가하게 된 연탄봉사는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꼭 해보고 싶었던 것이었다”며 “생각보다 무거운 연탄을 옮기며 많은 것을 느꼈다.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있으면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 주객전도, 연출된 몇몇 연탄봉사 장면
이번 연탄봉사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보여주기’ 식의 봉사의 경계선에 있다는 것이었다. 기자들은 연출된 장면을 찍기 위해 연탄 나르는 것을 멈춰보기도 하고, 얼굴에 억지로 연탄재를 묻혀보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그 덕에 연탄을 전하는 행렬에서는 사진을 찍기 위한 ‘stop'으로 인해 연탄을 들고 기다리며 웃지 못하는 상황이 펼쳐지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봉사활동자는 “사진을 찍느라 봉사의 의미가 퇴색된 것 같기도 하다”며 “좋은 사진을 찍는 것도 중요하지만 봉사활동을 하러 온 것이지 사진 찍으러 온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특히 사진을 찍고 난 후 몇몇 분들은 연탄봉사를 끝까지 마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그 모습을 보며 연탄봉사의 진정한 의미가 퇴색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우리학교의 봉사활동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정한 봉사활동은 좋은 사진을 건져내기 위한 것이 아닌 좋은 마음을 건지는 것이 목표가 돼야 하는 게 아닐까.

◆ 연탄나눔을 함께한 사람들
이번 연탄나눔은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직원들이 함께 참여했단 것도 의미가 있다. 기자의 오른쪽에서 연탄을 나르던 한 평범한 아저씨는 알고보니 우리학교 교수님이었다. 기자에게 신문을 잘 보고 있다고 훈훈한 말을 전하던 고인석 철학과 교수는 “여태까지 학교 일이나 사적인 일이 많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힐링’차원으로 봉사하러 왔다. 매우 힘든 일은 아니었지만 연탄 나눔 봉사로 인해 ‘힐링’을 하고 가게 된 것 같다”고 훈훈한 말을 전했다.
보통 한 가구당 ‘우각로 문화마을’에서 겨울을 버티기 위해서는 연탄 약 500장 정도가 필요하다. 300장의 연탄을 지원받은 안문욱(58) 주민은 “이 지역에는 도시가스가 없다. 재개발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데 진척이 되지 않아서 씁쓸하다”고 말하며 연탄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드러냈다. 이어 “매년 연탄을 지원받는 상황이다. 연탄은행이나 봉사단체에서 주로 지원받는데 올해는 인하대학생들이 직접 운반한 연탄을 받게 됐다. 그저 고맙고 좋다. 좋은 일을 해주신 학생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며 미소를 드러냈다. ‘그저 좋다’라는 말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며 봉사활동의 참된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학우들이 나른 연탄 하나가 어느 이에게는 겨울나기의 소중한 필수품이기에 연탄의 무게가 값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총학생회가 함께 참여한 이번 연탄봉사에서 이원근 총학생회장은 “우리가 직접 나르는 연탄을 많은 가구에 전달하고 싶었지만 생각보다 조금 적은 가구를 돌게 돼 안타깝다”며 “연탄 봉사를 통해 학생들이 모일 수 있는 기회가 돼서 좋았다. 봉사의 참된 의미를 살리는 프로그램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봉사를 마치고 한 편에 쌓여있는 연탄을 보며 마음의 곶간까지 채워진 것만 같았다. 연탄을 받은 것은 주민들이지만, 연탄을 나누던 우리들의 마음도 연탄처럼 뜨겁게 달궈졌다.
 

백종연 기자  jy_1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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