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데스크
애교(愛校)를 원한다면

 

 며칠 전, 한 기업에 산업시찰을 가게 됐다. 우리를 맞이한 그 곳의 담당자는 회사의 이념과 방향을 언급하며 회사소개를 시작했다. 한창 소개를 듣다 문득 ‘우리가 학교에 남들을 맞았을 때 과연 나는 우리학교를 어떻게 소개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내가 다니는 학교의 교가는 기본, 역사와 학교 이념까지도 숙지하고 있었는데, 대학교에 진학하고 나서는 교가는커녕 그것이 존재하는지 여부조차도 관심이 없었다.
 지금의 재학생들에게 ‘애교심’이란 존재할까? 필자조차도 당당하게 ‘그렇다’고 대답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과연 이런 현상은 왜 발생한 것일까.
 사실 필자가 입학할 때까지만 해도 학교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존재했다. 그도 그럴 것이 공과대학에서부터 역사가 시작 된 우리학교는 사람들에게 ‘인하공대’라고 하면 고개를 끄덕일 만한, 자랑스러운 위치에 존재해 나까지 높아진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뛰어난 교수진과 커리큘럼, 그리고 나름의 ‘시설’ 등을 이용 가능했던 것이 이에 한 몫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우리학교의 시설이 존폐위기에 처했다. 현재 공대 중에서도 꽤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조선과의 수조관이 그것이다.
 3호관에 존재하는 이 수조는 1971년, 서울대에 이어 지어진 예인 수조(선박의 운항 성능을 추정하기 위해 모형시험을 수행하는 실험시설)로, 현재 전국에 있는 대학 중 우리학교를 포함한 단 4개의 학교에만 존재하고 있다. 이 수조관에서 우리학교, 우리나라의 많은 조선과 인재들이 실험을 하고 배출됐다.
 사실 3호관은 나와는 상관이 없는 건물로만 인식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기회를 통해 수조관에 대한 실체를 접하게 됐을 땐, 그 규모에 감탄하고 우리학교에 이런 시설이 있다는 것에 괜스레 어깨가 으쓱해졌다. 그러나 알게 되자마자 들렸던 얘기는 60주년 기념관을 위해 ‘철거한다’는 말이었다.
 일각에서는 ‘이용하지도 않을 기념관을 짓기 위해 3호관을 허물어 버린다.’, ‘의학전문대학원을 급히 짓기 위해 60주년을 빙자한 건물을 지으려 한다.’ 등의 얘기가 나오기도 한다.
 무엇이 됐든 3호관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허울뿐인’ 기념관이 대신한다는 골자다. 심지어 그 조차도 3호관이 가장 중요한 학생들에게 일말의 합의 없이 진행됐다는 것이 더 기가 막힌다.
 이 학교는 과연 누가 주인인가. 학생이 주인이 맞긴 한가, 우리는 그저 어떤 일들이 진행되는 지도 모른 채 위에서 던지는 통보로만 전해 들어야 하는 것인가. 지금의 내가 애교심 없이 교가하나 못 외우는 현실에 대해 한심함 보다는 안타까움이 남는다.
 내년에는 우리학교와 창립을 함께한 조선과도 60주년이 되는 해다. 이에 조선과가 받게 될 기념선물은 수조 철거로 남지 않아야 한다.

소원선편집국장  w_sunny91@inhanews.com

<저작권자 © 인하프레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