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미국 대선이 끝났다. 민주당 오바마가 공화당 롬니 후보의 거센 도전을 물리치고 재선에 성공했다. 미국인들은 ‘변화의 지속’을 선택한 것이다. 2008년 미국 건국 이래 첫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된 오바마는 미국의 저력과 변화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 정치 지도자였다. 이제 40일 후면 우리도 대통령 선거를 치르게 된다. 대통령 선거가 시작되면 국민들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과제를 해결해줄 ‘영웅’을 대망(待望)하는 마음이 된다. 미국의 소설가 호손(Nathaniel Hawthorne)의 단편 ｢큰 바위 얼굴｣에서 큰바위 얼굴의 현현(顯現)을 기다리는 주인공과 마을 사람들의 마음이 이와 흡사하다. 이 사람일까 하고 마음을 정했다가 실망하고 또 다른 사람에게 기대를 걸어보곤 한다.

소설 속의 주인공 어니스트는 바위 언덕에 새겨진 큰 바위 얼굴 닮은 사람이 태어나 훌륭한 인물이 될 것이라는 전설을 듣고 자란다. 세월이 흐르면서 마을 출신으로 엄청난 재산가 된 인물과 전쟁에서 큰 공을 세운 군인, 성공한 정치가가 차례로 나타나지만 모두 기대하던 인물은 아니었음이 드러난다. 주인공은 마침내 한 시인이야말로 ‘큰바위 얼굴’을 닮은 인물이라고 믿고 그를 출현을 기다린다. 그러나 마을을 찾은 그 시인은 어니스트의 말과 사람 됨됨이를 보고 자신보다는 오히려 어니스트가 큰바위 얼굴이라고 선언한다. 이 소설은 독자들에게 이상적 인간형이 어떤 것이냐는 질문을 던진 것이다. 사람의 가치는 부나 권력, 말과 같은 외형적인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완성되어가는 내면적 진실성이 더 가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대통령을 뽑는 것이 이상적 인간을 찾아내는 일과 같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대통령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영웅’이나 만능 해결사가 될 수도 없다. 다만 대통령은 재임 기간 중 국가의 경제와 사회, 교육과 문화, 외교와 국방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되며 국민들의 일상생활도 달라지게 된다. 그래서 적어도 대통령 후보라면, 모든 권력의 주인인 국민을 섬길 줄 알아야 하며, 물신주의와 무한 경쟁으로 황폐해진 사회를 사람이 사는 사회로 바꾸어 나가려는 목표와 철학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과연 어떤 후보가 우리의 ‘큰 바위 얼굴’일까? 대학생들도 국민의 한사람으로 투표에 참가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투표 전에 후보자들의 유세현장을 찾아 그의 말과 인간됨됨이도 직접 들어봐야 할 것이다. 우리들이 영화평론이나 광고로 영화감상을 대신하지 않듯이! 미디어를 통해 보는 후보자들의 이미지나 주변의 사람들이 전해주는 이야기는 사실과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도시인문학센터장  inhanews@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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