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지역 안에 대학을 가지지 않은 도시는 거의 없는 듯하다. 웬만한 군․읍에도 전문대 정도는 서 있는 모양이다. 그러다 보니 부실한 대학도 다수 생겨서 행정 당국으로부터 재정 지원이 끊기는 등의 제재 조치를 받기도 한다. 대학이 전국 각지에 들어서는 것에 대해 우선 교육 기회의 지리적 평등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지역의 균등 발전을 위한 경제적 측면을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인천에도 몇 군데의 대학이 존재한다. 인하대학교는 그들 현존하는 인천의 대학들 중에서 역사나 전통이 가장 깊고 오랜 대학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대학의 설립 동기는 앞에서 언급한 교육 기회의 지리적 평등이나 한 도시의 균형 발전 정도의 그런 의미가 아니다.

이에 대해서는 1953년 6월 6일자 서울신문이 기록하고 있다. “인하대학은 한국 이민선이 처음으로 인천에서 하와이에 간 50년 기념을 목적하고 대학을 인천 항구 내에 건설하기로 결정되어서”였다. 특히 “대학의 주지는 공과대학을 만들어서 마치 미국의 MIT와 같은 미국에서 제일 유명한 공과대학을 의미한 것이니 <중략> 이 물질시대에 기계학과 공업 발전의 물질 세력을 다른 나라와 경쟁하자는 목적을 가진 것”이었다.

전국 어디를 보아도 이런 ‘실제적’인 건학 이념과 해외 이민자들의 애국정신이 지역과 결합해 탄생한 대학이 없다. 하와이 사탕수수밭 노무자, 한국 최초의 이민자, 피눈물을 뿌리고 떠났던 그들이 출발항 인천에 자신들의 의지로 세운, 이 학교야말로 한국 교육 현장의 한 상징일 터이다. 이런 정신적 바탕 위에 인하공과대학은 1953년 8월 28일 건립 기공식을 가지고 이듬해 4월 24일에 개교한다. 그리고 그 이후 오늘의 인하대학교로 발전해 온다.

그러나 지금 이 이야기의 의도는 굳이 옛 신문의 사설 문장을 꺼내 들고 학교의 설립 과정이나 살피자는 것이 아니다. 다른 지역 대학과는 본질적으로 다르게 태어난 인하대학교와 인천을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한 마디로 오늘의 인하대학은 인천과 너무나 먼 거리에 있다. '소 닭 보듯' 하는 관계라고 할까. 그것은 설립 정신에도 위배된다. 안타깝지만 인천의 방향 없는 도시 변화상이 원인일 수 있고, 대학의 오불관언이 이유일 수도 있다.

물론 상당수의 이 대학 출신들이 인천에서 활약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거기에 더해 지역은 늘 대학의 ‘순수 아우성’을 듣고 싶은 것이다. 하다못해 인천이 뒤집어지도록 도시 한복판에서 축제의 마당이라도 열어 보라! 지역 전체가 ‘아, 오늘은 인하대학의 날’이로구나 하는 감탄과 함께 그들의 대견함과 그들의 믿음성과 미래와 그들 청춘의 패기를 느끼며 가슴 뿌듯해지도록! 인천은 대학을 품에 안고, 대학은 인천을 딛고 비상해야 한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전국적이며 세계적인 것과 통한다는 말은 옳다. 이민자들의 염원은 바로 그런 의미도 지녔을 것이다.

김윤식 교수(시인,전 인천문협회장)  inhanews@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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