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인하대의 꽃과 나무, 그리고 그들을 감상할 수 있는 ‘올레’를 생각해 본다. 학교에서 가장 빨리 피는 꽃은 무엇일까? 역시 진달래이다. 본관 뒤 언덕배기의 그 붉은 꽃잎이 곧 흐드러질 것이다. 산수유도 진달래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노란 꽃을 틔운다. 비룡탑 근처, 공학관 뒤, 정문출구 근처에 제법 여러 나무가 있다. 개나리는 서호관 뒤에 모여 있다. 점심 후 본관 뒤편으로 나와 공학관 뒤를 둘러 서호관 뒤 언덕을 올라 개나리를 감상한 후, 테니스장을 거쳐 비룡탑까지 천천히 걷는다.  

  진달래 꽃 피우면 그 동안 봄비에 퉁퉁 불어있던 벚꽃 봉우리가 하나 둘씩 터진다. 벚꽃 만발할 때 하이덱커 숲길에서 본관 비행기 옆을 지나 5호관 서쪽 길을 거닐며 그 알싸한 내음을 즐긴다. 벚꽃이 끝물쯤이면 이제 영산홍과 철쭉이 불을 뿜는다. 본관 앞 언덕배기에 구름같이 모여 있고, 그 붉은 꽃그늘 아래 인하대 50주년 기념계단을 기부한 교직원 동판이 놓여있다. 

  아, 목련을 빼 놓을 수 없지. 흰 목련은 아무래도 전문대 건물 앞이 제일이다. 전문대를 지나 게스트하우스를 거쳐 목련을 보며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김순애의 노래를 흥얼거리다 전문대 커피숍에서 잠시 쉬는 맛도 쏠쏠하다. 본관 좌측에 흐드러지는 자목련은 흰 목련보다 꽃이 일주일쯤 늦다. 내 어릴 적 엄마가 즐겨 입던 붉은 비로드 같은 꽃이다. 자목련이 슬슬 지면 본관 왼쪽에 라이락이 핀다. 꽃이 이렇게도 향기로우면 그 잎도 달콤할까? 입을 따서 씹어보라.  이때쯤이면 인경호 옆 주인없는 동상 근처의 단풍나무 새 순이 무성해진다. 새로 피어난 수양버드 잎과 어우러져 저절로 아아, 신록이구나라고 말하게 된다. 

  5월 중순, 본관 오른쪽 모퉁이 큰 나무에 흰 꽃이 벌어진다. 왜목련이다. 학교 축제의 시큼한 막걸리 냄새를 피해 그 향기를 찾으면 은은한 냄새가 2주간 계속됨을 알 수 있다. 가을에 익은 붉은 씨는 직바구리 새가 가끔 와서 쫀다. 꽃향기로 말하면 5호관 서쪽에 있는 등나무를 뺄 수 없다. 솜털 같은 꽃봉오리를 쑥 내밀어 5월 중순에 보라색 떨기 꽃을 내 놓는다. 썩어 문드러지고 뱅뱅 꼬인 나무줄기지만 올해도 무성한 잎을 내어 우리에게 쉼터를 만들이 주겠지. 등나무 꽃 필 때 비룡탑 모퉁이의 연보라 오동 꽃도 핀다. 높은 가지에 조롱조롱 종모양의 꽃이 아래로 핀다. 

  오월 하순이면 인경호에 모란이 핀다. 그 검붉은 꽃을 두고 김영랑은 모란이 피기까지 아직 자기의 봄을 기다린다고 읊었지. 영랑의 봄은 아주 더디 오나보다. 5월 말에 모란 옆에 장미가 핀다. 그리고 인경호를 둘러 노란 난초가 핀다. 올해는 인경호의 오리가 새끼들을 졸졸 몰고 헤엄치는 장면을 볼 수 있을까?  장미와 난초가 필 때 학교 주위 길가의 쥐똥나무 흰 꽃이 향기를 내뿜는다.

  6월이 되면 공대 건물을 빙돌아 유카와의 꽃대가 쑥 자란다. 6월 중순 기말고사가 한창일 때 하얀 유카와 꽃이 주렁주렁 꽃대에 매달린다.  한학기가 지나간다는 신호이다.

이정용 경제학부 교수  inhanews@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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