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이에는 서로가 만나 관계를 맺고 서로를 알아가며 신뢰가 쌓여간다. 이것은 비단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만 머무는 원리는 아닌 것 같다. 즉, 인간관계 뿐만 아니라 어떤 사물이 관계를 맺든 자주 접하고 알아야 신뢰가 쌓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캠퍼스에서 4년의 시간이 저물어 가면서 조용히 내가 밟아온 길을 되짚어 보게 되고, 개인적으로 1년의 휴학이라는 공백시기를 보내고 오랜만에 돌아온 학교에서 나의 기본적인 신뢰를 검증하는 몇가지 일을 경험했다.
그것은 주변의 동학들이 변화무쌍한 학칙 때문에 피해를 보았다는 하소연을 들으면서다. 내가 큰 어려움을 겪은 아니지만 학칙 변화에 적잖게 당황하며 복학 학기의 수강신청을 한 기억이 있다. 각 학부 안에서 새로운 커리큘럼이 변화무쌍하게 수정되고 보완되는 과정에서 그 변화가 가져다주는 이점을 경험하기도 전에, 맞춰가기에도 벅찬 모습이 학생들의 실상인 것이다.
그렇다. 관계를 맺지 않는 동안 나와 학교 간의 신뢰는 깨졌다. 서로가 변화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수가 모여 인격적인 교육의 자리를 나누는 대학에서 우리가 합리적인 결정 과정을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학칙이 급변하는 이 와중에 나에겐 엉뚱하게도, 믿어주고 따라주고 지지해주는 이유 있는 적극적인 동참을 해보는 것도 나름대로 새로운 훈련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한희주 (중문 · 4)  webmaster@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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