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인의 한사람으로써 안타까운 사건이 근래들어 3건 있었다. 사실 안타깝다기 보다는 억울하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중국이 천궁을 우주에 쏘아 올려 우주정거장을 만든다는 소식과 대표적 수출품인 휴대폰에 자체 운영체제가 없어 삼성은 큰 로얄티를 주고 MS와 협력하기로 했다는 소식 그리고 인천공항 관제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항공기의 이착륙이 지연됐다는 소식이 그것이다.

위에 적은 3가지 관련 기술들의 공통점은 결코 어려운 첨단 하이테크 기술이 아니라는 점이다. 다만 대단히 복잡한 기술이라서 개발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기술일 뿐이다. 대한민국은 위에 서술한 기술들을 개발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빨리빨리 연구 환경때문에 결코 성공적으로 개발되지 못하는 결과물들이라서 안타깝다 못해 억울함을 느끼는 것이다.

많은 국민들이 중국의 천궁이 발사되는 것을 TV로 보면서 나로호의 실패를 떠올리고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을 한탄했을 것이다. 대학 졸업 후 미사일 개발 업무에 잠시 종사할 당시 화학 파트의 추진제 실험을 수도 없이 지켜보았다. 실험을 할 때마다 어마어마한 경비가 날아가지만 최적의 조건을 찾기 위해서 무수한 실험을 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그 결과로 우리나라는 현재 장거리 미사일 추진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나는 나로호의 경우도 처음부터 우리가 개발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발할 수 있는 전문가그룹도 충분히 있었고 무엇보다 시간은 걸리지만 우리 기술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누가 책임을 졌는지는 모르지만 우리나라 관리들의 인식에는 선진국에 맡겨 개발하다 실패하면 그럴 수도 있는 것이라는 정서가 있다. 그렇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점이 있다. 국가 안보와 관련되는 기술은 결코 외국에 종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나는 이것을 기술독립이라고 표현한다.

휴대전화와 관련된 운영체제 기술도 어려운 기술은 아니다. 다만 개발이 복잡하고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기술일 뿐이다. 우리나라는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이루었고 여기에는 빨리빨리 정신이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빨리빨리 정신을 되돌아볼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한국과 중국의 기술 개발 모델을 조림사업에 비유한다면 한국은 다 자라서 성장한 나무를 사다가 옮겨 심는 식이고 중국은 직접 씨를 뿌리고 키우는 식이다. 한국식은 결과는 빨리 보지만 옮겨 심은 땅이 맞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고 병이 들어도 고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중국식은 그 과실을 얻기 까지는 오래 걸리지만 어떤 문제가 발생해도 자체 해결할 능력을 가질 수 있다. 한국도 많은 분야에서 선진국 대열에 들만큼 발전했기 때문에 이제는 연구개발의 접근 방법에 있어서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겠다. 좀 더 기본에 충실하며 진중하게 결과를 기다려 줄 수도 있었으면 좋겠다.

기술개발 특히 국가 안보와 관련된 기술 개발은 우리 스스로 개발해서 우리 것으로 가지고 있어야 하고 이렇게 해야만 기술독립을 할 수 있다. 개발 기간이 길고 비용이 많이 드는 복잡한 안보 기술은 그 성격상 정부에서 인내심을 갖고 지원해야한다. 우리도 많은 선진국들처럼 지원은 해주되 간섭은 최소한으로 하는 연구 환경을 소박하게 꿈꾸어 본다.

정동석(IT공대 학장)  inhanews@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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