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은 세상의 사물의 상징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물에 이름이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주변 산에 여러 종류의 나무가 있음을 안다. 그렇다고 해서 그 나무 나무마다에 이름을 붙일 수 있는 입장은 되지 못한다. 이 점은 우리의 인식 속에 모든 나무가 분리되어 존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름은 존재와 현상에 대한 투철한 인식의 결과로 형성되는 것이다.
　어떤 사물에 이름이 있든 없든 그것이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사물이 땅에 떨어진 현상을 놓고 그저 “사과가 떨어졌구나”고 하는 것과 이를 추락' 또는 낙하'라고 하는 것 그리고 중력'에서 만유인력'으로 명명(命名)화 되는 과정을 보면 이름이 세상에 대한 인식에서 얼마나 본질적인 문제인가를 잘 알 수 있다. 대학에서의 수많은 연구들이 어떤 현상을 연구하고 그 결과에 대하여 명명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상기해보자.
　학교의 이름은 역사이자 현재의 상징이다. 우리는 몇몇 학교 공간의 이름이 이와 관련이 되어 있음을 안다.
　우남로'의 우남(雩南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호), 정석학술정보관'의 정석(靜石 고(故) 조중훈 명예이사장의 호)이나 서호관'의 서호(西湖 : 이 자리에 정석호(靜石湖)가 있었음)는 역사이며 하이테크관은 현재이다. 또한 나빌레관은 우리의 생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와 교육에 가장 핵심적인 건물들은 아직도 탈인간적이며 탈문화적인 디지털 이름으로 되어 있다. 2동, 3동, 4동, 5동, 6동 그리고 9동. 간편하고 그대로 두어도 별 지장이 없을 것 같지만 또 한편으로는 늘 꺼림칙한 느낌이 뒤따라 다닌다. 이 이름들은 단순한 개체의 무의식적 증식의 표현으로 학교 발전 과정에서의 목적성이 건물과 명확히 연계되어 있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서호관도 그 건물이 사범대학의 용도로 특정되지 않았다면 8동쯤으로 되지 않았을까 싶다. 유감스러운 일은 학교가 그 구성의 틀을 확보했음에도 9동'이 생겨났다는 점이다. 앞으로 생길 건물 이름에 10호'는 부여되지 않기를 바란다. 아울러 이미 공식화된 지금의 숫자 이름에 대해 보다 친근감과 접근성이 있는 명칭들을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보기를 기대한다.

안명철 교수 (국어국문학 · 본사 주간)  webmaster@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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