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량 보존의 법칙은 틀렸다. 이백여 년 전에 라부아지에에 의해 이미 발견된 법칙이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반응계의 에너지 증감에 의해 극히 작지만 질량의 변화가 있다는 아인슈타인의 설명에 기대려는 것도 아니다. ‘질량(質量)’을 ‘질(質)’과 ‘양(量)’으로 나누어 보려는 태도, 그래서 질량보존의 법칙을 ‘질 = 양’이라고 보는 시각이 틀렸다는 것이다. 특히 ‘질’은 ‘양’으로 측정될 수 있고, ‘양’을 늘리는 것이 바로 ‘질’을 높이는 것이라 여기는 믿음이 틀렸다는 것이다.

수많은 비난에도 불구하고 너도나도 ‘대학평가 놀이’를 하고 있고, 대학은 이 평가에 일희일비하며 놀아나고 있다. 대학을 평가할 의무를 지운 적도, 자격도 준 적이 없는데 이들은 자칭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으로 대학들의 줄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그 기준이라는 것이 ‘-수(數), -율(率), -비(費), -금(金), -액(額)’으로 끝나는, 철저하게 양을 측정하는 것일 뿐이다. 나머지 기준은 ‘신입사원으로 뽑고 싶은 대학’과 같은 지극히 자의적인 것이어서 어떻게 반영하는지도 의심스럽다. 문제는 이러한 기준에 의해 모든 대학들이 ‘좋은 대학’과 ‘나쁜 대학’으로 양분된다는 것, 게다가 우리 사회의 지독한 줄 세우기 관행에 의해 10위권 안에 드는 대학이 아니면 모두 ‘나쁜 대학’으로 전락하고 만다는 것이다. ‘좋음’과 ‘나쁨’은 단순히 양적인 잣대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 아닌데 철저하게 양적인 잣대에 의해 10여 개의 대학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대학이 나쁜 대학의 불명예를 안게 된다.

저들은 말할 것이다. 이런 양적인 지표 말고 과연 객관적인 지표가 있을 수 있겠냐고, 그리고 상당수의 지표는 결국 양이 아닌 질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것이라고. 그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표면적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양적 지표밖에 없고, 소위 공신력이 있는 기관에서도 결국은 이와 비슷한 양적 지표를 우선적으로 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표의 옳고 그름을 논하기 전에 먼저 물어야 할 것이 있다. 그들이 표방한 ‘독자, 수험생, 학부모, 대학, 기업 등에 다양하고 정확한 정보’를 요구한 적이 있었냐고, 그런 정보를 임의대로 만들 자격을 부여한 적이 있었냐고.

그러나 안타깝게도 저들의 이 놀이는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아무도 원하지 않았지만 이미 순위가 정해져 발표된 마당에 각 대학은 민감해질 수밖에 없어 진정한 의미의 ‘좋은 대학’을 만들려 노력하기보다는 양적 지표에 맞추려는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학생과 기업 또한 순위에 얽매여 지원과 채용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그것이 ‘입학하고 싶은 대학, 신입사원으로 뽑고 싶은 대학’을 매기는 순환지표가 될 수밖에 없다. 결국은 저들에게 질량보존의 법칙을 다시 가르치는 방법밖에 없다. ‘양’이 ‘질’로 보존되는 것이 아니라 ‘양’과 ‘질’은 별개라고, ‘질량’과 ‘질’은 극히 다르니 측정하는 방법부터 다시 만들라고.

한성우 교수(한국어문학전공)  inhanews@hanmail.net

<저작권자 © 인하프레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