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딱지를 거머쥔 스물하고 여덟 살, 그리고 수습기자

김형민 수습기자
승인 2011.06.02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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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하고 여덟 살, 뒤늦게 언론인이 되려는 꿈을 쫒아 학보사에 지원했다. 학우들과 소통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처음엔 ‘나이가 많아 학보사에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수차례 거절을 받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들어가서 보란 듯이 잘해보자’고 몇 번을 다짐해서일까. 끈질긴 요청 끝에 면접기회를 얻어 마침내 수습기자라는 금딱지를 거머쥘 수 있었다.

금딱지를 얻으니 자신감이 생겨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았지만 풋내기 수습기자에게 큰일을 줄 리 만무했다. 얼마 후, 수습에게 맡겨진 첫 임무는 ‘월미팔미’였다. 월미팔미란, 시의성에 맞는 이슈를 분석하고 해학적으로 풍자하는 전통 있는 코너다. 두 문장으로 구성된 월미팔미가 이토록 어려울 줄을 상상이나 했을까. 함축적이고 비판적인 문장쓰기가 쉬울 리 없었다.

쓰고 지우기를 몇 번, 드디어 완성했지만 고난은 그 때부터였다. 선배들과 편집국장의 엄격한 검열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산고 끝에 낳은 문장들이 내쳐질 때면 가슴이 아렸다. 아픈 만큼 성숙함을 느끼며 어리지만 능숙히 기사를 쓰는 선배들의 모습에 질투가 나기도 했다. 하지만 ‘질투는 나의 힘’이라 생각하며 더 열심히 하자는 다짐도 잊지 않았다. 월미팔미를 하는 날마다 우리들은 하얗게 밤을 지새우기 일쑤였다.

어느덧, 정든 금딱지를 떼고 정보를 제공하는 권한과 책임을 받게 된다. 우리 신문을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는 소통의 장으로 만들자. 이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들이 국가의 주인으로서, 신문을 통해 국가의 주인들은 응당 자신들이 누릴 권리와 책임을 바로 알고 발전을 꾀하는 것과 상통한다. 학우들이 자신의 권리를 맘껏 누리고 그에 상응한 책임을 다하는 것을 돕는데 수고를 아끼고 싶지 않다. 대학이란 작은 사회 속에서 학생들이 진정한 주인이 되는 그날이 나의 수고를 다하는 날이 되지 않을까.

김형민 수습기자 inh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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