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세화의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라는 책을 다 읽은 후에 머릿속에 남는 한 가지 단어가 있다. 관용(Tolerance). 사실 저자가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이것이 아니지만 ‘관용’에 주목하려 한다.

나는 한국에서 25년을 살았다. 이 나라에서의 삶은 개인이 소신을 갖고 ‘옳은가 그른가 ’판단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생각하기'보다 '답 찾기'를 가르쳤듯 인생에 있어서도 답을 쫓아 살도록 가르쳤다. 때때로 사회에 염증을 품고 답을 찾아내려 할 때면 주변에선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고 말하곤 했다. 어린 시절의 나에게는 정해진 것 외에 다른 답을 찾는 것은 상당히 죄스러운 일이었다.

나는 성인이 되었다. 주변의 것들은 변했지만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은 여전하며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아무런 저항도 없이 그 모든 기준들을 받아들인 채 살고 있었다. 하지만 이보다 죄책감에 옥죄게 만든 것은 기성세대들이 그러하듯 나 역시 '모난 돌'들에게 '정'을 치면서 살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에 맞고 맞아 둥글해진 우리의 모습은 정형화된 모양이자 해답의 모양이었고 개성 강한 돌들은 모두 '죄의 돌'인양 취급하고 있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그들이 생각하는 삶의 기준들이 있다. 하지만 사회는 우리에게 편향 된 방향을 요구하며 기성의 잣대를 들이댄다. 몇몇의 사람들이 그들과 취향이 다르다고 해서, 그들보다 조금 왼쪽에 혹은 오른쪽에 서있다고 해서, 그들과 다른 가치관을 갖고 있다고 해서 그 사람들을 '다른' 사람이 아닌 '나쁜' 사람으로 만든다.

‘존중하시오, 그리하여 존중하게 하시오’. 파리에 있는 공원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팻말이라고 한다. 잔디마저 존중하라는 의미라고 하는데 그 사회에 얼마나 많은 관용(Tolerance)이 자리 잡고 있는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어느 통신사 CF속의 카피처럼 '다 그래'를 뒤집는 날이 빨리 실현되려면 우리사회에도 다른 사람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의 자유 및 정치적∙종교적 의견의 자유에 대한 관용이 자리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와 '다름', 그것은 틀린 것이 아닌 다른 것임을 존중해야 한다. 관용의 마음으로 '다름'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하면서 이 글을 마친다.

염호진(법학, 4)  webmaster@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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