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격변의 위기 시대에는 언어를 둘러싼 투쟁이 일어났다. 자유, 평등, 민주주의, 평화 등등. 이 투쟁에서 대학과 지식인들은 시대의 이념을 근본적으로 재반성하고 구성해나갔다. 하지만 오늘은 어떠한가? 프랑크푸르트학파 휴머니스트 에리히 프롬은 경고한 바 있듯이, 인류에 의해 만들어진 위대한 이념들에 대한 지식이 오늘날만큼 널리 퍼진 적이 없지만, 이 이념들이 또한 오늘날만큼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 적이 없었다. 이념 언어들은 힘을 잃고, 냉소와 권태가 검은 안개처럼 밀려들고 있다. 가볍고 감각적이기만 한 기호들이 생겨나는 것은 바로 이념의 폐허 위에서이다. 예컨대 "얼짱"이라는 기호도 그런 종류가 아닌가 싶다.
얼짱은 신체의 모든 부분들의 총체적 모습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신체의 일부분인 얼굴을 가리키는 말이다. 얼짱예찬은 영상 프레임에 잘 맞는 얼굴에 대한 예찬이다. 영상은 구체적 현실을 재현하지 않는다. 왜곡한다. 텔레비전 영상에 알맞은 얼굴은 "주먹만한 작은 얼굴"이다. 물론 그것은 일종의 가상적 얼굴이다. 구체적 생활세계에서 총체적으로 표현되는 총체적 모습이 아니다. 또한 우리가 "얼짱"예찬을 걱정하는 것은, 그것이 이념을 상실한 영상상업주의의 얼굴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은 가상공간이 아니라 현실공간이다.
우리의 현실공간에서는 아름다움이 완전히 죽지는 않았다. 1970년 11월 13일 평화시장, 한국노동자들의 처참한 현실을 고발하기 위해서 자신의 생명을 불속에 던졌던 전태일씨를 두고 사람들은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라 부른다. 이는 그의 얼굴이 잘 생겼다는 것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아름다운 청년"이라는 말은 투쟁어이다. 그것은 공동체적 삶을 실천하는 저항에 우리 역시 참여하려 한다는 깊은 지향성을 담고 있다.
"아름다운 가게"라는 일종의 사회운동이 있다. 타인에게 주려는 물건들을 정성스럽게 씻고 닦아 기증하는 시민들의 운동이 줄을 잇고 있다고 한다. 이 건전한 소비를 위한 사회운동은 말 그대로 아름답다. 그 까닭 역시 그 운동이 휴머니즘적 가치를 실현하려는 공동체적 활동이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토요일"이라는 행사가 인하대에서 있었다. 그것은 "아름다움"을 이어가는 공동체적 사회운동이다. 우리는 이렇게 아름다움이라는 말이 진정 아름답게 발전해가길 바라마지 않는다.
그리고 학문도 아름다워야 하지 않을까. 기술적 합리성만을 발전시키려는 관심이 학문세계를 지배할 때 현실세계는 비합리적 야만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점을 독일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비판이론가들은 파시즘을 경험하면서 치열하게 논술하지 않았던가. 억압과 지배가 없는 공동체적 세계에 대한 해방적 관심(하버마스)에서 출발하는 학문연구를 우리는 아름답다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학문연구는 역사에서 우리가 알 수 있듯이 단기적 이익이 아니라 장기적 비전에서야 출발할 수 있다.
우리 대학을 아름답게 만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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