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아테네 올림픽도 오늘 새벽 막을 내렸다. 17일간의 일정 속에서 선수들의 메달경쟁은 올림픽폐인과 올림픽어록 등을 만들 정도로 사람을 흥분시켰다. 여기에 국가가 간 메달 레이스가 더해져 그 흥분은 증폭 배가 됐다.
이렇게 스포츠만큼 단순한 것은 없다. 물론 실제로 경기를 하는 선수들이야 갖은 고생하며 훈련해왔지만, 이를 지켜보는 이들에게 이기고 지는 스포츠만큼 명쾌한 것은 없다. 우리나라 선수와 자신을 동일시하고, 승리했을 때 마치 자신이 그 선수인 한 듯한 착각 속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이는 이기고 지는 게임에서도 마찬가지다. 게임은 이기고 짐이 있기 때문에 인간에게 즐거움을 준다. 승리는 곧 정복이라는 감정으로 바뀌어 현실에서 느끼지 못한 대리만족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란다.
이러한 게임은 이 사회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참여는 선택이 아닌 의무며, 그 대가는 자신의 생존이다. 승자에게는 돈, 명예, 권력 등이 부여되지만, 패자에게는 좌절만을 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여기에 필사적으로 매달린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대학사회를 들여다보자. 입학서부터 입시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을 한 줄로 세운 뒤, 승자에게는 상위 20%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패자에게는 하위 80% 속에서 다시 경쟁할 것을 강요한다.
그리고 이 경쟁은 절대 공짜가 없다. 등록금이라는 이름으로 3백만원 정도의 참가비가 붙는다. 학생들은 빚을 져서라도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최근 일어난 학자금 대출 소동은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리고 이제 남은 80%는 다시 게임을 시작한다. 그것은 좁은 취업문을 통과하기 위한 치열한 생존게임이다. 이기기 위해서는 영어부터 시작해 온갖 자격증이 필요하다. 돈이 지위가 되는 이 사회에서 인정 따위는 없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네 현실이고 자본주의의 실상이다. 이 같은 게임은 하루 빨리 중단돼야 한다. 여기에서 인간의 존엄성은 사라지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에 뾰족한 수가 없다해도 그 방법을 찾는 노력마저 포기해서는 안될 것이다. 설마 우리의 후손들에게까지 이러한 살벌한 게임을 시킬 생각이 아니라면 말이다.

이병규 편집국장  webmaster@inhanews.com

<저작권자 © 인하프레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