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의 리얼리즘…한국사회 뒷모습 투영

박정숙 감독
- 노동자영상사업단 ‘희망’ 대표
- <요통 당신은 안전 하십니까>(97). <평행선>기획, 제5회 부산국제영화제 상영. <죽음의 터널속으로>(02) 철도 노동자 건강 보고서 연출.
- <소금-철도 노동여성자 이야기>(2003) 연출, 제8회 부산국제영화제 상영·2003 인디다큐 페스티발(10.25~30) 상영 예정.

“기차는 일반인에게는 설레임을 일으키는 것이지만 철도 여성노동자들에게는 슬픔의 대상이다”

올해로 8번째를 맞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지난 4일(토) 상영된 영화 ‘소금-철도 노동여성자 이야기’의 마지막 나레이션. 철도 여성노동자들의 생활 면면을 깊숙이 파헤쳐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던 이 영화의 감독, 박정숙 노동자영상사업단 ‘희망’ 대표를 부산 현지에서 만나보았다.

박정숙 감독은 지난 제5회 부산국제영화제에 ‘평행선’을 출품한 데 이어 두 번째로 부산영화제에 찾아왔다. 특히, 이번에는 관객과의 대화 시간도 마련돼 관객과 직접적인 교류를 하기도 했다. “관객들이 제 작품에 대해 이렇게 관심이 많은 줄 몰랐다. 아이를 낳은 여성분들은 영화를 보면서 펑펑 울기도 하고 감춰진 사회이면에 분노를 표출하는 남성분도 계셨다”며 박 감독은 미소를 띄었다.

이번에 출품한 이 영화는 지난 8년 동안 꾸준히 한국의 여성노동문제를 다뤄왔던 박 감독의 열정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철도의 매표와 수송원은 24시간 맞교대 근무를 하고, 기관사와 열차승무원은 교번제 근무를 한다. 더욱이 교번제 근무는 24시간 내 열차시간에 맞춰 어느 때든 출근을 해야 한다. 이러한 근무환경에 스트레스로 철도업무에 종사하는 임산부 여성노동자 10명 중 7명은 유산이나 사산을 한다. 또한 아이를 돌볼 여건도 전혀 되지 않지만 관리자들은 이들 여성노동자의 의견을 묵살해 버린다. 박 감독은 “계속해서 느끼는 것이지만 아직까지 노동운동 현장조차 가부장적인 사회구조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이를 가진 여성의 충만감까지 박탈해가는 사회현실을 그대로 좌시할 수 없기 때문에 메가폰을 계속 잡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박감독은 이번 작품이 그 어느 때보다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나도 3살의 아이를 기르고 있는 입장인데 촬영과 아이 돌보는 일을 둘 다 병행하기는 정말 불가능했다”며 “더구나 작품이 끝나는 시점에서 철도 파업이 진행됐는데 요구조건에서 여성문제가 현안에서 밀려나 아쉽기 그지없다”고.

이러한 사회비판적 의식이 깔린 다큐영화에 대해 “아직까지 많은 대학생이 생소해 하거나 거부하는 것 같다”는 기자의 질문에 박 감독은 대뜸 지난 2000년에 그가 졸업한 학교(ㅈ대)에서 강연했던 이야기를 꺼냈다. “당시에 제작한 ‘현대자동차 식당 노동자’를 상영하고, 학생들과 대화를 나눴는데, 처음 물어본 질문이 ‘월급은 얼마 받나’였다. 지금의 젊은이들만 탓할 수는 없지만 예상하지 못했기에 대답하기 정말 곤란했다”며 웃었다. 그는 또, “현 다큐멘터리는 잘못된 사회구조와 역사에 대한 부채의식에서 출발한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거부감이 들 것”이라며 “리얼리즘적 성격의 다큐멘터리 영화는 극영화와 달리 또 다른 흥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영화를 만들면서 출연진과 가슴 아픈 눈물을 많이 흘렸다는 박 감독. 사람에 대한 애정이 깊어 작품이 끝난 후에도 영화에 출연한 사람들과 교류를 계속 한다고 한다. 뜨거운 가슴으로 소외된 이들을 카메라로 담아내는 박 감독이 있는 이상 한국사회의 다큐멘터리 영화는 더욱 더 발전할 것이다.

홍준표 기자  webmaster@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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