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형심 (인하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현시대의 한국인들은 신체적 웰빙 (well-being)에 참으로 많은 관심을 지니고 있는 듯 싶다. 신문을 열면, 건강에 좋다는 수 많은 웰빙식품들이 지면을 장식한다. 새로운 음식을 소개받을 때면 이 식품은 “건강에 좋다”라는 말도 빠지지 않는다. 건강을 위해서라면 생소하고 낯설고 이상한 음식도 용기 내어 섭취하는 것이 그리 새로운 뉴스거리가 아니다. 흥미로운 문화 현상이다. 문제될 것은 없다. 단지 신체적 안녕감에 대한 관심에 비해 심리적 웰빙 (Psychological Well-Being, 심리적 안녕감)에 대한 미약한 관심과 열기가 다소 아쉬울 뿐이다. 건강한 삶에는 신체적 안녕감과 심리적 안녕감이 함께 조화를 이루며 균형을 이루어야 할 것인데, 심리적 안녕감에 대한 우리들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상당히 미미하다. 많은 연구들에서 한국인들이 느끼는 심리적 안녕감지수는 OECD비교 국가들 중에서 하위 수준에 가깝다고 보여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요즘 미국 심리학계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는 동시에 그 중요도가 널리 인식된 자기결정이론(Deci & Ryan)을 살펴보면, 심리적 안녕감 (Psychological Well-Being)은 인간에게 기본적으로 존재하는 심리적 욕구들 (psychological needs)의 충족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인간에게는 많은 심리적 욕구(Psychological Needs)의 유형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자율성. 유능성. 친교성을 경험하고자 하는 욕구들은 개인의 심리적 안녕감에 매우 중요한 심리적 영양소로 작용한다. 자율성 (autonomy) 경험은 통제적 경험에 (being controlled) 대한 반대의 개념이다. 자율적이고자 하는 갈망은 개인이 환경적 통제나 압력에 의해서 행동하기보다 개인적 선택이나 조절이 자신의 삶의 내용이나 자신의 행동을 건설적으로 결정할 수 있기를 바라는 바램을 표현한다. 자율성은 개인이 마음내키는대로 행동하거나 책임감 없이 행동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율적이고자 하는 바람은 타율에 의존하기 보다 삶의 능동적 주체자로서의 자신의 삶을 마주하려는 개인의 욕구를 반영한다. 외부로부터의 강요나 압박에 의해 행동하게 될 때, 상호소통관계나 상호존중관계가 부재할 때, 자신의 행동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 받지 못할 때, 개인의 자율성에 대한 갈망은 좌절된다. 이러한 경험은 무기력함, 분노, 스트레스등의 부정적인 심리적 경험으로 연결된다. 그리고 이와 같은 심리적 상황은 개인을 건강한 마음에서 점점 멀어지게 한다. 자율성의 경험이 개인의 심리적 안녕감에 미치는 중요도를 잘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자율성 이외에도 유능성(competence)의 경험 또한 심리적 안녕감에 중요한 영양소로 제공한다. 개인이 자신의 잠재력과 능력을 개발하고, 부여된 과제나 업무를 효과적이고 성공적으로 수행할 때 개인은 주어진 환경과 효과적인 소통을 하고 있다고 느낀다. 이 때 경험하는 심리적 만족감이 유능감이다. 유능감이 높은 개인은 새로운 도전이나 새로운 기회에 대해 보다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자세를 보인다. 진취적인 삶은 발전과 진보를 유도하고 개인의 능력은 지속적으로 성장한다. 이와 반대로 자신의 잠재력과 가능성 개발에 소흘하거나, 또 다른 단계로 성장하고자 부단히 노력하지 않는 개인은 낮은 유능감을 경험하기 쉽다. 반복되는 실패, 낮은 수준의 능력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회의를 갖게 한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에 유능감이 낮은 개인은 새로운 기회와 도전을 부담스럽고 회피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소극적 자세와 열등감이라는 부정적 정서를 경험한다. 이러한 경험의 반복은 개인의 능력을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점점 사라지게 한다. 이러한 상황은 심리적 안녕감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개인은 심리적으로 평온할 수 없다. 개인의 높은 수준의 유능감 성취를 위해서는 개인의 자발적 노력도 중요하며 개인이 속한 외부의 환경 또한 개인의 잠재력을 개발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다각도에서 지원하고 격려하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다. 개인의 노력과 환경적인 지원이 함께 공존할 때 개인적인 기술과 재능을 발달시키고, 향상시키고, 연마시키고자 하는 개인의 동기는 더욱 커질 것이며 개인의 유능하고자 하는 욕구는 채워진다. 높은 유능성을 보이는 개인이 많을수록 그가 속한 조직과 사회는 발전하게 된다. 이와 반대로, 외부환경이 개인의 취약점이나 실패를 비판하는 데 급급하며, 개인의 새로운 도전이나 노력을 조롱거리나 비난거리로 삼는다면 개인은 더욱 유능하고자 하는 동기를 경험하기 어려울 것이다. 낮은 유능감으로부터 오는 심리적 불만족은 심리적 안녕감을 저해하는 방해요소로 작용한다.

마지막으로 친교성 (relatedness)에 대한 욕구의 충족 또한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이끄는 또 다른 핵심 기반으로 작용한다. 친교에 대한 욕구는 인간관계에 있어 정서적으로 따뜻하고 친밀한 상호간의 교류와 애착을 경험하고자 하는 갈망을 의미한다. 상호간에 따뜻한 관심과, 애정,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주고받을 때 개인은 상대방과 정서적 유대감을 느끼며 친교에 대한 욕구가 충족되는 경험을 한다. 인간관계 속에서 힘을 얻는다. 마음이 든든하다. 이와 반대로, 상호간의 관계가 무관심이나 냉담, 이기심으로 점철될 때, 상호존중과 배려가 부재할 때 개인의 친교에 대한 욕구는 좌절되며 인간관계에서 오는 심리적 불만족은 심리적 안녕감을 저해하는 방해요소로 작용한다.

지금까지 발표된 수많은 연구들을 살펴보면 심리적 영양소로 작용하는 자율성. 유능성. 친교성 욕구들의 결핍은 실제로 낮은 심리적 웰빙 (psychological well-being)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행복]이라는 주제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은 개인은 찾기 힘들 것이다. 신체적 안녕감이나 신체적 건강에 커다란 관심을 쏟는 만큼 이제는 심리적 안녕감이나 심리적 건강함에 관심을 쏟아보는 것은 어떨까. “심리적으로 건강하기. 심리적으로 잘살기. 또는 심리적 안녕감을 경험하기” 를 획득하기 위해 개인은 스스로 어떤 내적 좌표를 지녀야 할 지. 환경은 또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그 방향성에 대해 가을이 시작되는 길목에서 다시금 생각해 본다

인하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장형심  webmaster@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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