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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설립(設立)’자의 동상을 세우려면

최근 우리학교에서 철거 27년 만에 이승만 동상 재건을 준비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서울권 학교들의 수시 경쟁률이 드높다는 기사만 보다가 우리학교의 이름을 보자니 반갑기 그지없었건만 웃고 반길 가벼운 이야기는 아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동상은 지난 1979년 인경호 근처에 세워졌다가 1983년 학생들에 의해 철거됐다. 이본수 총장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설립자 이승만 전 대통령의 명예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 기사로 이 전 대통령의 동상은 단숨에 학우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우리는 인터뷰 내용에서 ‘설립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설립(設立). 과연 이 학교를 세운 사람은 과연 이 전 대통령일까? 우리학교의 이름인 ‘인하대학교’에는 숨은(?) 이야기가 있다. 20세기 초 사탕수수 재배 노동자로 하와이에 있던 100여명의 교민들이 자녀교육을 위해 세웠던 ‘한인기독학원’이 학생 수 감소로 폐교되면서 그 판매대금으로 조국의 대학설립을 청원했던 것이다. 하와이 교민 기금 15만 달러(8500만환)와 국내 기부금 2774만환, 국민성금 440만 달러(2억 5000만환), 그리고 정부의 국고보조금 6천만환. 금액으로만 봐도 하와이 교민들의 기금과 국민 성금이 대부분이다. 그렇게 우리학교는 세워졌다. 하와이 교민들 대부분이 인천 출신이었기에 인천의 인(仁), 하와이의 하(河)를 따서 ‘인하(仁河)’라는 이름도 지어졌다.

이렇게 봤을 때 진정한 설립자는 하와이의 교민들과 국민들이 맞지 않을까? 학교가 세워진 데 이 전 대통령 뜻을 가지고 지시한 것은 맞지만 이 하와이 교민들과 국민들의 ‘그것’이 덜하다고는 할 수 없다. 이 학교의 뿌리를 찾아 기리는 동상이 세워져야 한다면 그것을 지시한 사람이어야 하는가. 아니면 피와 땀을 내어놓은 사람이어야 하는가.

평가는 역사가 한다는 말. 그도 그럴 것이 지난 민주화의 세월이 그를 평가하고 있다. 그래서 학생들은 그것을 무너뜨렸다. 인터뷰에 따르면 이 총장은 내부 구성원들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친 후 공감대가 형성되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구성원에는 교직원과 교수들 그리고 학생이 있다. 교직원과 교수들이 동의해도 학생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단연코 동상을 세우는 일은 없어야한다.

이 전 대통령의 친일파 옹호와 분단 고착화, 독재 정치 등 83년 철거 당시 제기됐던 역사적 평가는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서 부끄러운 역사의 흔적은 아직 지워지지도, 흐려지지도 않았다. 이미 지나간 과거에 얽매여선 앞으로 나아갈 수 없고 발전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을 잊거나 버려서도 안된다. 다만 부끄러운 역사마저 ‘기념’할 만 하다면 우리는 이 교정에서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이규희 부장>  webmaster@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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