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데스크
[데스크]부실대학 구조조정
‘낙인찍기’는 위험하다.

‘베스킨라빈스31, 마켓999, 700마켓, 11번가.’

숫자를 활용한 브랜드 이름이다. 얼핏 보면 단순한 숫자의 나열 같지만 브랜드마다 고유의 특징을 담은 숫자를 활용하고 있다. 숫자 브랜드의 경우 각인효과가 높다는 점에서 소비재 및 유통기업에서 선호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그러나 때로 숫자는 각인 아닌 ‘낙인’이 될 수 있다. 일부 언론사에서는 각 대학을 평가하고 순위를 매겨 낙인을 찍고 있다. 문제는 점수를 절대화해 일렬로 대학의 순위를 매긴다는 점이다. 평가기준도 언론사마다 다르고, 대학의 규모와 특성도 고려하지 않고 국립대와 사립대, 대규모 대학과 소규모 대학을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한다. 개별 대학 나름의 특성이나 비전을 고려하지 않은 채 획일적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지난 7일 서울 주요 대학의 교수들이 참여하는 ‘서울 8개 대학 교수협의회 연합회’가 일렬로 대학을 줄 세우는 언론사의 대학평가를 비판하고 나섰다. 연합회는 정부에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대학평가 정책을 수립해줄 것을 주문했지만, 정부 역시 ‘부실대학’ 명단을 발표해 낙인찍기를 거들었다.

지난 7일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와 한국장학재단이 2011학년도 신입생부터 학자금 대출을 제한받게 될 30개 대학 명단을 공개했다. 졸업생 취업률, 재학생 충원율, 전임교원 확보율 등 교육여건과 성과지표에 대한 평가에서 하위 10%에 속한 대학들이다. 이번 조처로 제한대출그룹에 속하게 된 24개교의 신입생은 등록금의 70% 한도 안에서, 최소대출그룹으로 지정된 6개교 신입생은 30% 한도 안에서 대출을 받게 된다. 이 같은 조치는 전국의 부실대학을 구조조정 하겠다는 확고한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의 ‘성과주의’가 여실히 드러난다. 한마디로 실적 좋은 사람에게는 인사나 보수에서 혜택을 주고, 실적 나쁜 사람에게는 불이익을 주거나 심할 경우 내치겠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이 되면 대학 입학정원이 고교 졸업생 수를 웃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대학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물론 대학들이 앞장서서 더 나은 교육을 위해 노력해야겠지만 투자 없이 투지만으로는 안 된다. 특히 우리나라 사립대학들은 외국에 비해 국가의 지원이 적다. 미국의 경우에는 20~30%의 대학 예산을 국가로부터 보조받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사립대학들은 예산의 약 4%를 정도 수준이다. 대학의 장기발전계획을 세우고 체계적인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대학을 획일적인 기준으로 평가하고 판단해 ‘낙인’을 찍는 것은 위험하다.

<함연희 부장>  webmaster@inhanews.com

<저작권자 © 인하프레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