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 유씨가 외교부 5급 사무관 특별 채용에서 특혜를 받고 합격했다는 내용의 보도가 있었다. 인하대학신문은 바로 이전 호에서 5급 공무원 공채 제도로 인한 특혜를 우려하는 기사를 내보냈었는데 우려가 현실이 된 것 같아 씁쓸하다. 외교부에서는 관계 법령에 따라 공정하게 선발했다고 해명했지만 당시 심사위원 5명 중 2명은 외교부 직원이었다. 또한 통상 열흘이던 지원서 제출 기간이 한 달로 늘었고, 그 사이 유씨는 지원 커트라인보다 낮던 공인 영어 성적을 높일 수 있었다.

누가 봐도 의혹을 품을 만한 이 상황을 보며 나는 이명박 대통령이 요즘 강조하는‘공정한 사회’라는 슬로건이 떠올랐다. 이 정권은 집권 이후 여태껏 자신의 치부는 망각한 채 마치 성인(聖人)이라도 되는 듯이 ‘준법질서’, ‘친서민’, ‘녹색성장’을 외쳤다. 아쉽게도‘공정한 사회’또한 그 전철을 밟는 듯하다.

사실 ‘공정한 사회’라는 멋드러진 슬로건은 태어날 때부터 사생아였다. 이명박 대통령이 처음 그 슬로건을 제시했을 때가 8.15 경축사였는데 바로 그 날 이명박 대통령은 결코 공정하지 못한 8.15 사면을 단행했다. 사면 대상자는 이학수 삼성전자 고문, 서청원 전 친박연대 대표 등 대부분이 정∙재계 인사였으며 생계형 범죄자들은 없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조현오 경찰청장 임명도 같은 맥락이다. 청와대는 개각인사 중 부적격자 1순위로 뽑히던 그를 보란 듯이 경찰청장에 임명했다. 그리고는 조현오의 언행이 논란이 됐지만 부정부패를 저지르지는 않았기 때문에 공정한 사회를 구현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조현오 경찰청장은 작년 평택 쌍용자동차 사태 당시 노동자들을 강경 진압한 것에 경찰로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하던 사람이다. 쌍용차 사태는 경영진의 경영 실패에 의한 피해가 일선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전가되는 전형적인 사례였으며 한국 사회의 경제적 불공정함과 부정의를 깨닫게 해 준 사건이었다.

공정한 사회. 듣기만 해도 참 좋은 말이다. 공정한 사회를 만들자는 데 굳이 반대할 이유도 없고 반대할 사람도 없을 것이다. 본인 또한 이 나라가 제발 공정한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현 정부가 입으로만 공정한 사회를 외칠 뿐, 행동은 정반대로 보여주니 어찌 믿음이 가겠는가. 이러다가 공정(公正)한 사회가 아니라 공정(0正)한 사회가 될까 두렵다.

권상민(경영∙1)  webmaster@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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