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방송사의 모 프로그램에서 산악인 오은선씨의 칸첸중가 등정이 거짓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산악연맹을 비롯한 국내외 전문가 등도 등반과정의 허구성, 사진조작의 의혹 등을 제기하며 그녀가 정상까지 올라가지 않았음을 주장하고 있다. 오은선씨는 의혹 제기를 부정하며 진실이라고 끝까지 주장하고 있지만, 결론은 뻔한 듯 하다.

그녀의 등정에 대한 의혹이 제기 되자 전문가들과 국민들은 잔뜩 실망하고 그녀를 비난했다. 거짓 등반으로 대한민국의 위신을 깎아내렸다는 이유에서이다. 그런데 이러한 이유가 비판에 있어 타당한가? 그녀가 칸첸중가를 등정했을 당시 언론에서 대서특필하였던 것이 기억난다. ‘국위선양’. 언론에서 연일 떠들자 국민의 대표이신 대통령도 그녀를 직접 자기 집으로 초대하기에 이르렀다. 모든 국민이 환호를 보냈다. 외국의 산을 정복하여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인 그녀에게.

높은 산의 정상을 등반해 그 국가의 위신을 높이고자 하는 것은 오래 전 유럽 제국주의국가들 사이의 풍습이었다. 자연을 정복대상으로 인식하여 높은 산의 정상에 국기를 꽂으면 국위 선양을 한다는 사고방식은 이미 유행이 끝난 풍습이지만, 우리나라는 군사정권에서 시작되어 아직도 이어져오고 있는 전통이다. 현대 국가들은 자연을 보호대상, 동반자로 인식하고 있으며 고지를 밟는 것은 개인의 성취 측면에 국한될 뿐이다.

이와 비슷한 것이 많다. 국제대회에서의 금메달, 해외파 운동선수들의 활약상 등 우리는 이들을 국위선양자로 포장한다. 하지만 그들이 개인적으로 노력했던 것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행여나 저조한 성적을 보이기라도 한다면 바로 외면하기 일쑤다. 인간의 도전, 성취입장에서 칭찬하기 보다는, 국위선양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칸첸중가 등정이 사실이라면 오은선씨 개인의 목표 성취이지, 우리나라의 국가 위신이 올라 간 것이 아니다. 오은선씨를 후원하는 산악의류업체들의 매상이 올라갔으면 몰라도. 거짓 등정을 한 것이라면 우리는 그녀를 비양심자로 꾸짖어야만 한다. 자기의 목표를 이루지 않고 양심에 반하는 진술을 하였기 때문이다.

<교육학과 2학년 김재환>  webmaster@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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