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의 냉방시설을 갖춘 커다란 전산실에 있던 대형 컴퓨터가 PC 혁명으로 책상 위에 올라 왔다. 그런데 하드웨어 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80년대의 대형 컴퓨터가 90년 말에 또다시 책상 위로 한 번 더 올라 왔다. 기술의 발전에 정신을 못 차릴 정도인데 또 다시 혁명적 변화가 조금 다르게 “책상에서 손 안으로” 일어나고 있다. 바로 스마트폰으로 인한 모바일 혁명이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현재의 모바일 혁명은 인터넷 도입 당시보다 5배나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스마폰의 확산은 기기의 확산을 넘어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의 확산을 통한 인간 생활 패턴의 변화와 문화의 변혁을 야기하고 있는 수준이다.

촌각을 다투는 이러한 중요한 기술 경쟁 시대에 우리의 상황은 어떠한가? 모바일 혁명 시대를 이끈 첫 주자인 아이폰은 이미 3년 전에 출시되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한국에서는 일부 대형 통신사와 대형 핸드폰 제조업체의 우물 안 개구리 식 국내 시장 사수 논리에 막혀 동남 아시아에서도 사용 중인 아이폰을 못 들어오게 막고 있다가 이제야 쓰기 시작하면서 새삼스레 난리 법석대고 있다. 처음에는 “아이폰 쓰면 매국노”라고 비난하는 21세기형 우수꽝스러운 국수주의가 난무하기까지 했다. 이제는 구굴 안드로이드폰, MS 윈도우 모바일폰 등의 여러 제품이 경쟁하고 있으나 전부 외국 산 소프트웨어 일색이다. 모바일 혁명시대의 핵심은 통신과 소프트웨어 기술이다. 우리나라는 통신을 포함한 하드웨어 기술은 발전했으나 소프트웨어 기술은 너무나도 낙후되어 있다. 한국의 초일류 대형 전자회사들을 보자. 이제야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소프트웨어 전문 인력을 수천명 채용하겠다고 난리다. 그러면서 중소기업이 애써 키워놓은 소프트웨어 전문 인력을 빼 내오기 바쁘다. 대기업은 중고기업과의 상생협력이 결국 자기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또 어떠한가? 정보통신부 해체의 후유증으로 IT정책의 사령탑이 부재하여 정책의 혼선이 가중되고 있고, 토목공사에 치중된 예산 배정으로 IT기업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어떤 최고위급 정부 인사는 IT산업이 일자리를 오히려 줄인다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우매한 주장을 말하기도 하였단다. 사회 전반적으로는 아직도 소프트웨어는 돈 주고 사는 것이 아니라는 분위기에 젖어 있어 힘들게 돈과 노력으로 만든 소프트웨어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을 아까워 한다. 이래 가지고는 우리나라의 미래 산업은 없다. 미래의 우리 일자리로 없어진다.

이제는 정부, 기업, 국민, 대학 등 모든 구성원이 대오 각성하고 미래의 새로운 산업 혁명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도록 서로 상생 협력하여 발전의 길을 모색할 시점이다. 정부는 먼저 IT산업을 정보, 통신, 콘텐츠 기술의 종합적 산업으로 간주하고 총괄 정책을 책임지고 수행할 수 있는 정부 기구를 신속히 구성하여야 하며, 과학 기술 인력에 대한 우대 정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여야 한다. 대기업은 중소기업과의 상생 협력의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중소기업의 우수한 기술력을 키워주는 동반자 관계를 구축함과 동시에 중소기업이 하기 어려운 시스템 소프트웨어 등의 고난도 기술 개발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대학은 학생들에게 정품 사용에 대한 인식을 제고시키고 유능한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과정을 강화하여야 한다. 모든 구성원이 일치 단결하여 긍정적인 방향의 길을 함께 모색한다면 몇 십년 후에도 강한 산업 한국은 여전히 살아 있을 것이다.

컴퓨터공학과 교수 이주홍  webmaster@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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