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가 있어 행복한 주말이었다. 연아가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할 즈음 나는 일본에 있었다. 연아의 동갑내기 경쟁자인 아사다 마오의 금메달 획득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 일본의 지인들과 함께 조마조마한 가슴으로 연아와 마오의 연기를 지켜보았다. 그들도 별반 말이 없었고 나도 별다른 말을 못했다. 양쪽이 모두 자국 선수의 우승을 간절히 바라는 긴장된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한일 간의 역사적, 정치적 관계 위에서 연아와 마오의 경기를 지켜보았다는 분도 없지 않지만 나는 이 경기에서 만큼은 양국 간의 구원에 상관없이 두 선수의 있는 그대로의 기량과 솜씨가 유감없이 발휘되어 연아가 진정한 챔피언으로 거듭나길 간절히 빌었다. 왜냐하면 운이 아닌 실력으로 당당히 이겼을 때 과거사 얘기도 아무런 꺼리낌 없이 당당히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내가 한 가지 믿는 구석은 연아의 강심장이었다. 쇼트 프로그램에서 마오 다음으로 연기를 한 연아는 마오가 얻은 높은 점수에 주눅이 들만도 했을텐데 아주 침착하게 자신의 연기를 펼쳐 오히려 마오보다 더 높은 점수로 연기를 마감하며 우리를 기쁘게 하지 않았던가.

 드디어 길고 긴 4분여의 시간이 흐르고 연아가 연기를 끝내면서 자신의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는 기쁨의 환호와 눈물을 보였을 때 나는 연아의 우승을 확신할 수 있었다. 이어진 마오의 연기는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 있었다. 연아가 최고의 기량을 보여준 만큼 마오도 실수 없이 잘 해서 진정한 승부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보았지만 역시 마오는 연아의 역대 최고 점수가 주는 중압감을 견딜 수 없었던지 두어 번의 실수를 하면서 연아보다 20점 이상의 차이를 보이면서 2위에 그쳤다. 두 사람의 연기를 지켜보던 일본 지인들도 모두가 연아에 대해 인사치례가 아닌 진정어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면서 한 일본 지인은 요즘 일본 젊은이들은 약해빠졌다고 중얼거렸다. 경기 후 일본 방송들의 분석 기사들 역시 아사다 마오는 어릴 때부터 촉망받는 피겨계의 기대주로 일본 국민 누구나가 올림픽 금메달의 주인공이 될 것임을 의심치 않을 정도로 높은 기대와 많은 지원 속에서 마치 온실 속의 난초처럼 곱게 성장해 왔던 반면 김연아는 변변한 코치 하나, 제대로 된 스케이트 하나 없이 그야말로 열악한 조건 하에서 잡초처럼 끈질긴 근성으로 오로지 연습에만 열중하여 오늘의 경지에 이른 차이를 지적하고 있었다.

 아사히신문은 압도적인 실력차이로 우승한 김연아는 "천재라기 보다 노력형으로 무엇보다 연습량이 많았다. 김연아는 연습을 하면서 점프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끝까지 연습했다. 내가 한번 세어봤더니 한가지 점프를 65차례까지 반복하더라"는 신혜숙 코치의 말을 인용했다. 연아가 이긴 것은 연아의 강심장 덕분이 아니라 연아의 끊임없는 연습 덕분이었다. 그리고 연아가 가진 강심장의 실체는 끊임없는 연습에 기초한 자신감이었다.

정재훈(경영학부 교수)  webmaster@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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