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현동의 거의 모든 배달음식점들을 섭렵하고 매주 목요일마다 일출을 놓치지 않았던 신문사 생활도 이번 2009년 종간호 발행으로 마지막이다.

임기를 끝내려니 그간의 신문사 생활들이 필름처럼 지나간다. 매주 월요일, 인간적인 감정까지 다쳐가며 치열하게 기획회의를 이어가다 보면 기숙사에 사는 기자는 외박신청을 놓치기 일쑤다. ‘데드라인(마감)’인 목요일은 그냥 ‘데드(죽음)’의 시간이며, 새벽 내내 기사를 완성해 아침이 밝아오면 씻지도 못한 채 조판소로 출동해 종일 편집에 매달린다. 그렇게 목금을 보내면 토요일에는 죽은 듯이 잠을 자고 일요일에야 겨우 정신을 차리기 때문에 신문사 기자들의 일주일은 ‘월-목-일’이라는 농담도 탄생했다.
여기서 “우리 신문사의 노력을 알아주세요”와 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신문사 생활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가장 크게 드는 마음이 ‘허무감’이라는 사실에는 진실로 가슴이 아프다.

지난달 개최한 본사의 보도사진전은 학우들의 무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깨닫게 해준 사건이었다. 김미화, 안경환, 김어준 등 대학생들에게도 인지도가 높은 유명인물들의 사진 전시 콘셉트라 조금은 눈길을 끌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었지만 역시나 냉담한 반응에 힘없는 헛웃음이 스며나왔다.

자유게시판에 신문사 관련 글 하나를 올리려 해도 ‘정직한 제목’을 달기가 내심 두려워졌던 것이 사실이다. 진실되게 이야기하자면 “한번만 낚시성 제목을 써 볼까…” 하는 고민을 잠시 한 적도 있었으리라. 이따금씩 베스트추천글 10위권에 오르는 글도 있었지만 높은 추천수에 비해 조회수는 현저히 낮았다. 심지어 1위에 올랐던 미디어법 관련 시국선언문조차 여타 오락성 글보다 조회수가 2,000건 이상 낮기도 했다. 자체 분석을 해보자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아니라 이미 알 만큼 아는 사람들의 공감만을 얻어내고 있는 꼴이다.

이와 똑같은 이야기를 나누며 강한 유대감을 나눴던 인터뷰가 있었다. 이번 학기에 있었던 최규석 시사만화가와의 인터뷰였는데, 그는 자신의 만화가 나올 때마다 ‘긴 리뷰’가 아닌 ‘짧은 리뷰’를 원한다고 했다. 짧은 리뷰는 자신의 만화를 통해 처음으로 시사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입문자들이 생겼다는 증거이지만, 긴 리뷰는 사실 자신의 만화를 보지 않아도 되는 지식인들의 공감 정도를 뜻하기 때문에 별로 반갑지가 않다는 것이다. 신이 나 맞장구를 치다가 더 깊은 허무감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영국의 사회개혁가인 새뮤얼 스마일즈의 명언이 있다. “국민을 앞선 정부는 필경 국민과 같은 수준으로 끌어내려질 것이요, 국민에게 뒤진 정부는 결국 국민의 수준과 동등하게 끌어올려질 것이다.” 한 나라의 정부는 그 나라 국민의 수준과 완벽히 일치한다는 뜻이다.

참여와 관심이 없으면 정부든 총학생회든 언론사든 그 수준이 저하되게 마련이다. 다가오는 2010년, 새롭게 탄생한 제30대 총학생회가 어떤 성과를 이룩할지 역시 우리 인하인들의 참여와 관심에 달렸다.
또다시 허무하고 싶지는 않은 내년이다.

<김하나 편집국장>  webmaster@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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