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선거가 시작되자 선거유세 소리로 학교가 시끌시끌하다. 총학생회나 단대들은 각 호관의 입구를 막고 율동이나 구호를 외치며 학우들의 관심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학우들의 표를 받아 당선되기 위해 열심히 선거유세를 펼치는 것이다. 그러나 단대부터 학부, 학과까지 선거를 동시에 하다 보니 가끔은 내가 어떤 선거의 유권자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학년이나 소속에 따라 총학생회, 단대, 학과, 동아리연합회, 졸업준비학생회까지 적게는 2번에서 많게는 5번까지 투표를 해야 하기 때문에 쫓아다니며 투표하기는 커녕 선거유세를 봐도 관심없이 지나가기 일쑤다.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해 봐도 비슷비슷한 팜플렛과 공약들을 볼 때면 어느새 ‘무관심’이라는 표를 먼저 던지게 된다.

지난 06년과 08년의 단선이었던 총학생회 선거에서는 유효투표율인 40%를 겨우 넘기는 42%의 투표율을 기록했고, 경선이었던 07년과 09년의 경우에도 유효투표율인 50%를 겨우 넘긴 51.7%와 51.8%의 기록을 세웠다. 언제부터인지 우리는 절반 또는 절반 이상이 투표를 하지 않은 채 ‘무관심’이라는 표를 던지고 있다.

지난 25일(수)에는 언론4사(인하대학신문사, The Inha Times, 방송국 IBS, 인하교지편집위원회) 주관으로 제30대 총학생회 후보자의 공약에 대한 공개청문회가 열렸다. 공청회는 후보자가 내세운 공약들 중 2010 등록금 동결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 학점세이브제는 어떤 형식으로 도입할 것인가, 노천극장 신설은 어떻게 학교와 협상할 것인가 등 공약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물어보는 자리였다. 하지만 관람을 하러 방문한 학우들의 수는 손에 꼽혔다. 수많은 대자보와 후문가 현수막 설치 등 많은 홍보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학생회 임원이나 간부로 직책을 맡고 있는 학우가 아닌 일반학우는 찾기 어려웠다. 방송국 IBS가 실시간으로 공청회를 중계했음에도 중계를 듣고 청문회 장소로 찾아오는 학우는 없었다. 물론 이번 제30대 ‘17058 자신감’ 총학생회 후보자의 선거운동이 늦게 시작됐고 공약이 홍보가 덜 된 상태라 학우들의 관심도가 낮을 수는 있다. 그러나 한 해를 책임지겠다며 공약을 걸고 나온 총학생회인 만큼 학우들의 관심이 있어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얼마 전 박기훈 총학생회장과 했던 인터뷰가 기억난다. 총학생회는 학우들이 원하는 정책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싶은데 학우들이 아직 직접민주주의에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현재는 직접민주주의가 실현되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학우들이 많이 참여하는 학생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학생회가 직접민주주의를 실천하기 위해 애쓴다면 우리도 그것에 동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투표권은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정책참여권이다. 투표에 대한 무관심은 우리들의 민주주의의 미래를 예측하기 힘들게 만든다. 내일부터 제30대 총학생회 선거가 시작된다. 대의민주주의에 한발 앞서기 위해 오늘 미리 투표하는 자세를 갖추는 것은 어떨까? 우리가 지금 하는 투표가 앞으로의 민주주의에 큰 변화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박미정 편집부장>  webmaster@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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