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23호 인하발언대에 실린 이정민(언정ㆍ3) 학우의 글을 인상 깊게 읽었다. 우리 사회에서 이승만의 공과에 대한 재평가가 진행 중인 데 총학생회에서는 이승만 동상 복원에 덮어놓고 반대부터 한다고 비판한 글이었다. 근현대사 교과서나 건국대통령 얘기를 보아하니 뉴라이트의 행적을 보고 하는 말인 듯한데 이승만의 공과에 대한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기에 새삼스레 그의 행적을 다시 논할 필요는 없겠다. 다만 이승만에 대한 ‘연구’와 ‘동상 건립’의 의미를 비롯한 몇 부분에서 본 학우와는 생각의 차이가 있는 듯하다.

이 학우는 오늘날 김대중, 노무현을 있게 한 것도 ‘이승만 전 대통령의 덕’이라고 했는데 이는 진실을 오도한 듯하다. 이승만의 재임기간 동안 이 나라는 외형만 자유와 민주를 기치로 하였을 뿐 공화주의의 정신은 없었다. 부산정치파동, 사사오입, 경향신문 폐간, 3.15 부정선거 등이 말해주지 않는가.

또한 이승만 동상 복원이 학교의 정통성을 바로 세우는 일이기에 이것이 싫으면 애초에 입학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이 학우의 논리는 매우 그릇되고 위험한 생각이다. 현실적으로 대한민국의 입시지옥 하에서 개인이 진학하고 싶은 학교를 선택하라는 것은 무책임한 궤변이다. 더 큰 문제는 이 학우는 생각이 다른 학우들을 대화와 토론의 상대가 아니라 ‘배제’시켜야 할 논외의 상대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이 학우가 주장한 ‘동상 복원에 관한 학교 구성원들 간의 진지한 토론’과도 모순된다. 이러한 논리대로라면 내가 사는 지역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사를 가면 그만이고, 정치판이 혼란스러우면 정치에 무관심하면 그만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이상에서 이 학우는 이승만을 무리하게 옹호하려다 보니 역사적 진실을 오판하고 다른 것은 틀린 것으로 매도하는 오류를 범한 듯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이승만에 대한 인하대생의 가치관이다. 한국역사에서 독립 전후로 이승만만큼 논란이 많은 인물도 없을 것이다. 이 학우의 주장대로 이런 인물이 우리 학교의 설립자라면 우리는 그를 더 눈여겨봐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 그러나 이는 이승만을 ‘기리는’ 의미로 동상을 건립하는 것이 아니라 이승만의 공과(功過)에 대한 ‘비판적인’ 연구와 평가를 통해 올바른 가치관을 확립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것이 올바른 인하대생의 태도가 아닐까 싶다.

권상민(경영ㆍ1)  webmaster@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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