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목) 서울행정법원은 미디어법 반대 발언을 보도했다가 경고조치를 받은 MBC가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낸 제재조치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결국 방통위의 손을 들어주었다.

지난해 12월 25일 성탄절 뉴스에서 박혜진 앵커가 클로징 멘트로 “방송법의 내용은 물론 제대로 된 토론도 없는 절차에 찬성하기 어렵고, 조합원으로서 언론노조의 총파업에 동참하게 돼 당분간 뉴스를 진행할 수 없으니 그 뜻을 헤아려주길 바란다”고 했던 발언이 방송심의규정상 ‘공정성’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결한 것이다.

당시 MBC는 경고 및 정정보도를 명한 방통위의 제재조치를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재판부는 "박 앵커의 발언은 단순히 뉴스를 진행할 수 없게 됐다는 사실 전달에 그치는 것을 넘어 그 이유로 언론노조의 총파업을 지지하고 동참한다는 사실 및 방송법 개정에 대한 명백한 반대의사를 밝힘으로써 통상의 신상발언을 넘어선 것"이라고 판시했다.

본사 역시 헌재의 미디어법 가결 판결이 난 다음날인 지난달 30일, “절차에 문제가 있는 법안의 가결이 유효라는 논리를 인정할 수 없다”는 내용의 시국선언문을 낸 바 있다. 이어 지난 2일에는 헌재 판결의 부당성을 알리는 호외판을 자체 발행해 배포하기도 했다. 시국선언문은 일주일 내내 학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의 베스트추천글 1위에 오르며 학우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기도 했으나, 며칠이 지나고 방송국 IBS가 “언론사가 중립을 지키지 못하고 명확한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한 비판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냐”는 내용의 인터뷰를 요청해 왔다.

필자는 이 사회가 말하는 ‘공정성’과 ‘중립’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옳지 못하다고 판단되는 정책에 대해 언론인이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이 공정성에 반하는 것이라면, 이 사회의 ‘공정한’ 언론사들이란 ‘논조’라는 게 부재한 언론사를 말하는 것인가? 어떤 사안이든, 어떤 정책이든, 어떤 도덕적 위기의 시대이든 상관없이 언론사란 언제나 ‘가운데’를 지켜야 하는 기관인가? 하물며 언론사가 언론법에 대해 발언하는 것마저 이 사회에서는 비난을 받아야 하는가?

만약 그렇다면 이 세상의 모든 언론사들은 단테가 이야기했던 ‘지옥의 가장 뜨거운 곳’에 가 있어야 맞다. “상식과 몰상식의 사이는 몰상식”이라던 홍세화씨의 말보다 더 정답이 있을까.

언론의 기능과 역할은 ‘비판’과 ‘견제’, 그리고 ‘독립적인 논조’이다. 신문마다 사설란이 왜 존재하는가? 정권에 문제가 있을 때, 사회에 문제가 있을 때, 독립적인 위치에서 정당한 발언을 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사설이다. 언론이란 절대로 어떠한 순간에도 가운데에 우뚝 서 있는 ‘몰상식한’ 곳이 아니다. 때로는 가운데에 서야 하면서 때로는 가운데가 아닌 가운데에 서야 하는 것이 언론사다. 중립이 몰상식한 순간이라면 과감히 중립을 버리고 ‘상식’을 택해야 하는 것이다.

미디어법이 재논의되지 않는 이상 앞으로 모든 언론사들은 ‘몰상식한 가운데’만을 강요받게 될 것이다. 가운데가 善인 사회, 이러한 인식이 굳어지는 것이 과연 누구에게 이익을 가져다줄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때이다.

<김하나 편집국장>  webmaster@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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