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나영이 사건’으로 아동성폭력범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감시를 증대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일부에서는 57세의 범죄인에 대한 12년의 유기징역형이 적다고 주장하고, 이를 받아 법무부는 전자발찌 착용을 무기한으로 연장하는 방안 및 어린이ㆍ청소년 성범죄자의 신상정보공개 확대방안을 추진 중이다. 심지어 대통령까지 나서서 성폭력범죄의 영원한 격리를 언급한 바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형벌의 근본 목적이 무엇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형벌의 목적은 응보와 범죄예방, 교화로 정리할 수 있다. 자신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정당한 대가라는 ‘응보주의’와, 일반인들의 범죄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범죄예방’, 그리고 해당 범죄인이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교화’가 그것이다.

응보주의사상은 인간의 본능 중의 하나인 정의감에 기초하며, 자신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강력한 도덕적 정당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복수심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에 형벌이 잔인하거나 과도하게 집행될 수 있다. 범죄예방사상은 범죄로 인한 이익을 약간 상회하는 정도의 형벌을 부과함으로써 범죄를 예방하고자 한다. 신속하고 확실한 처벌을 주장하지만 잔인하거나 엄격한 처벌은 범죄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반대한다. 교화사상은 범죄인이 교화돼 다시는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범죄인도 사회의 구성원이므로 당연히 사회에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역사상 논쟁을 살펴보면 세 이론 중 어느 하나가 다른 것을 압도하지는 못했다. 인간의 본성 중 하나인 복수심에 기초하면 잔인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인은 마땅히 중형을 선고해야 한다. 하지만 또 다른 본성인 연대와 협동,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을 생각해 보면 범죄인을 교화해 사회의 구성원으로 다시 살아갈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해야 한다. 범죄가 잔인해 국가가 형벌의 집행을 엄격하게 하면 사회가 오히려 폭력적으로 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깊이 고려해야 한다. 국가의 형벌 역시 폭력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수용자수는 2001년 6만 2,235명에서 2008년에는 4만 7,408명으로, 7년 동안 약 1만 5,000명의 감소가 있었다. 하지만 사회가 그만큼 불안해졌다거나 범죄가 많이 발생한 것은 아니다. 미국의 경우 2004년 213만 1,180명이 수감중이었는데 이는 우리나라보다 5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나라보다 더 안전하거나 혹은 덜 폭력적이지는 않다.

‘나영이 사건’은 다시는 발생해서는 안될 정도로 잔인한 범죄이고 이만 고려하면 마땅히 중형을 선고해야 하겠지만, 다른 범죄와 형벌의 목적, 동일한 범죄의 재발 방지 등을 고려해 본다면 ‘중형선고’와 ‘평생감시’만이 해답은 아니다. 오히려 성폭력범죄에 대한 좀더 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할 때인 것이다.

김인회 법학과 교수  webmaster@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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