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어난 ‘조두순 사건’은 인간의 잔인함을 노골적으로 보여준 일이 아니었나 싶다. 9살 소녀의 미래를 참혹하게 무너뜨린 이 파렴치범은 심신이 미약했다는 이유로 법에 의해 12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국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한 이번 판결은 결국 사회적 쟁점으로 귀결되고 있고, 정치권에서는 징역상한제 폐지에 대한 의견을 제각각 내어놓고 있다.

이번 형량이 가볍게 느껴지는 게 다분히 감정만의 문제일까? 아동성폭력에 대한 전과가 있는 자이며, 범행을 은폐하려 했었고, 아이를 거의 죽기 직전의 상태로 만들었다. 보통의 상식을 지닌 사람이라면 단순히 범죄내용만 놓고 봐도 법정최고형을 생각할 것이 분명한 일이다. 그런데 술에 취한 상태에서 저지른 범행임을 감안, 심신미약을 이유로 감형이 되었다고 한다. 죄질이 아주 무거움에도 불구하고 그냥 법의 논리만을 반영해서 이끌어낸 이번 판결이 잠재적인 성폭행범들에게 아주 좋은 선례가 될 수 있겠다는 무서운 생각이 드는 건 기우일 뿐인가?

외국에서는 아동성폭력을 매우 엄하게 처벌하고 있다. 미국은 성범죄자가 석방될 경우 석방을 알려주는 석방공고법과 함께 성폭행으로 두 번 유기징역을 받을 시 무기징역을 선고한다. 캐나다는 화학적 거세를 시행하고 있으며, 영국에서는 13살 이하의 아동에게 성폭력을 했을 때 무기징역을 선고한다. 심지어 예맨에서는 공개사형까지 집행했을 정도이다.

‘조두순 사건’은 그 동안 수 많이 일어났던 아동성폭행에 대해 그 위험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계기가 됐다. 이번 사건을 시발점으로 하루가 멀다하고 유사한 사례가 봇물 터지듯 드러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처벌의 수위가 대다수 국민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지 못한다면, 국민 정서를 반영한 새로운 제도가 마련돼야만 한다. 하루 빨리 아동성폭력에 대한 법 개정이 이뤄지길 바라며, 한국인 특유의 냄비근성으로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지환(고분자ㆍ2)  webmaster@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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