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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칼럼> 만들어진 미국의 명분
지난 9월 미국은 한국 정부에 이라크 파병을 요청해 왔다. 파병규모에 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한국정부는 대략 2천명에서 1만명선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투병력의 파병이라는 난제를 접한 한국은 현재까지 이렇다할 묘수를 생각해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로 인해 국론분열이라는 단어로까지 표현 될 만큼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야 말았다.

미국의 파병요구에 대해 동조하는 입장의 주장은 크게 국익과 안보라고 하는 논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정치·외교상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미동맹관계의 강화를 위하여, 경제상으로는 이라크 재건 참여라는 전후 경제 특수에 대한 기대감에서, 그리고 여기에 실전 경험의 축적이라는 군사상의 요구가 더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대하는 입장도 이러한 이해득실의 차원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유엔의 지지나 결의가 없을 경우 국제사회로부터 소외될 우려가 있으리라는 판단이거나, 아랍권 국가들의 반한 감정을 유발함으로써 중동지역의 석유자원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경제가 입을 손실이 클 것이라거나 하는 것이 반론에서 언급되고 잇는 내용들이다.

정치권 역시 이해득실의 계산 속에서 '당익'을 위해 파병 문제에 조심스럽게 다가서며 말을 아끼고 있는 형편이다.

이라크 파병에 대한 국익 차원의 고민은 피할 수 없는 현실로 자리잡았다. 감상적인 고민이 이 문제의 대안으로 제시될 수 있는 차원은 이미 논의 석상에 발을 들여놓기 어려운 실정에 접어들어가는 것 같다. 흔히 노무현 대통령의 이라크 문제 해결책을 얘기할 때 명나라와 후금과의 전쟁 사이에서 발빠르게 처신한 광해군의 외교술을 언급하고는 한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미국의 대권이 어디로 돌아가게 될지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부시의 지지율은 아직 건재하다는 평가다. 한국도 미국의 대선이 진행되는 결과를 예상해 어느 편인가로 '투항'할 준비를 갖추고 있어야 되는 것일까.

노 대통령은 아직 분명한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심정적으로는 우리 정부가 미국의 파병 요청에 대해 아무런 결단도 내려 주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러나 결단은 불가피한 일인 것 같다. 이제 도덕적 책임과 국익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을 한국 정부에게 파병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해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시민사회단체의 의지에 달려있다고 본다. 힘의 열세 앞에서 여론 때문이라는 변명이라도 해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한국인의 평화를 위해 이라크의 평화를 침범할 수는 없다. 미군의 간섭에 저항하는 이라크인들을 모두 테러분자로 몰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미국의 대이라크 정책에 우호적인 입장을 취하지 않을 경우, 북한에 대한 공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표명되기도 하지만 파병을 해줬다고 해서 필요한 경우 북한을 공격하지 않을 미국이 아니다. 명분없는 전쟁은 없다. 미국은 이라크를 침공하기 위해 그들의 명분을 만들어냈다. 북한에 대해 비슷한 명분으로 공격을 자행한다면 한국 정부는 그것을 막아낼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인가. 불확실한 약속을 믿고 파병 군인들을 상대로 위험한 도박에 손을 댈 수는 없는 일이다.

인하대 신문사  webmaster@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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