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말, 사회적으로 커다란 이슈가 되었던 김 할머니의 존엄사 논쟁을 기억하는가? 결국 할머니의 연명치료 중단은 실시됐지만, 치료가 중단된 지 석 달이 지난 지금도 할머니는 자가호흡을 하면서 살아계신다.

‘적극적 안락사’란 약물을 투여해 환자의 호흡을 멈추게 하는 것이고, ‘소극적 안락사’란 호흡기를 떼어내 환자가 자연히 호흡을 멈추게 하는 것이다. 김 할머니에게 실시된 연명치료 중단이 바로 이 소극적 안락사에 속한다. 안락사 찬성자들은 쇠약한 몸을 오로지 기계장치에만 의지해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환자들에게 품위 있게 죽을 수 있는 권리를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과연 그것이 환자 본인의 의견일까? 환자 스스로가 정말로 호흡기를 떼고 싶어 하는가? 누워 있는 환자는 말이 없다.  

필자가 의사라면 안락사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표명할 것이다. 다만, 할 수 있는 치료가 전부 시행된 후의 안락사를 인정한다. 의사는 환자를 살려야 할 의무가 있다. 심지어 흉악범이라도 의사는 인간을 질병의 고통 속에서 구원하는 자가 되어야 한다. 혹자는 반문할 수 있다. “의사는 신이 아니다. 단지 신의 능력을 대행할 뿐인 인간이다. 그러므로 생명의 살고 죽음을 선택할 권리는 없다”라고 말이다. 그건 신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이며.

그러나 생각해보라. 신이 아닌 인간의 능력으론 더 이상 손쓸 수 없는 환자를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의사의 심정을 말이다. 또한 환자 가족들은 힘겨워져 간다. 의사는 환자뿐만 아니라 환자 가족들의 마음도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환자 가족들의 의견이 호흡기를 떼기를 원한다면 존중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것이 옳다 그르다는 명확한 답이 존재하는 윤리적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과학은 이와 같은 사회적 문제를 계속 야기할 것이다. 우리는 인간의 생명을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까?

안효원(컴공ㆍ2)  webmaster@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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