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신청 날이면 새벽부터 전산실로 향하는 학생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또 특강이나 특정 강의에 들어가면 강제입력을 요청하는 학생들이 많다. 반면, 수강신청 다음날이면 공지사항에 수많은 과목들이 폐강되었다는 사실이 통보된다. 소수의 학생들은 듣고 싶은 수업을 듣지 못하게 되는 불상사까지 발생한다. 수강신청에서 이러한 ‘빈익빈 부익부’가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대학이 취업준비학원으로 변질돼버린 이후로 대학생들은 자신의 관심 분야를 찾아가면서 공부하는 자유를 스스로 포기해버렸다는 현실에 있다. 혹은 고등학교 때까지 일률적인 교육을 받아오면서 진짜 공부를 시작하기도 전에 공부에 대해 질려버렸을 수도 있다. 쉽게 학점을 딸 수 있는 과목과 과제 적게 내주는 교수님을 찾아 헤매는 모습은 대학생이 아니라 밥상 앞에서 숟가락을 놓고 사탕만 사달라고 졸라대는 어린아이와 같다. 하지만 대학에 온 이상 남들이 많이 듣는 강의를 쫓아가기 전에, 대학생활의 시간이 얼마나 귀한지를 생각해 보고 자신이 진짜 원하는 공부를 찾아 하는 것이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하면 진정으로 학문하는 즐거움을 배울 수 있고, 즐겁게 공부하면 학점을 정직하게 평가받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 교양폐강 강의 목록을 보면서 유독 사회과학 계열의 과목들이 많이 폐강된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강의 제목들을 살펴보면 ‘민주, 인권, 사회, 문화, 경제라는 단어’ 가 들어간 것이 많았다. 이러한 강의들이 대거 폐강된다는 것은 대학생들이 사회에 무관심하며 의식있는 지성인이 되기를 포기한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신문은 면접 준비도구로만 전락시키고, 제대로 발언하고 소통하는 방법조차 모르면서 영어회화 학원을 다니는 씁쓸한 문화를 대학생 스스로가 빚어가고 있는 것은 큰 문제이다. 사회와 학교의 경계 사이에 서 있는 대학생들이 사회를 제대로 보려고 노력하지 않고 소통하지 않으려 한다면, 현실 안에 안주하려다가 현실과 손잡고 함께 가라앉고 말 것이다.

최미현(인문ㆍ1)  webmaster@inhanews.com

<저작권자 © 인하프레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