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신청이 끝난 후 과 사무실에서 전화가 왔다. 화요일 7교시, 목요일 8,9교시로 지정돼 있던 ‘데이터베이스’ 과목의 수업 시간이 화요일 7,8,9교시로 변경됐으니 그렇게 알고 있으라는 통보였다. 시간표가 겹쳐 과목변경 절차를 물었지만, 강제입력기간에 개인적으로 교수를 찾아가 부탁을 드리라는 말뿐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편의를 봐줄 수 없냐고 하소연도 해 보았지만, 비정규직 고용 문제로 강사가 바뀌었다는 말만 들었다.

전화를 끊고 대체과목을 찾아보기 위해 수강신청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다른 과목을 훑어보니, 강의계획서가 제대로 올라와 있지 않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담당교수 이름조차 기재돼 있지 않은 과목도 있었다.

나를 비롯한 이공계 학우들은 학교와 불통(不通)이라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학교가 공학인증(ABEEK)을 시행하고 나서부터는 더하다. 매학기 인증기준이 바뀌어 어느 기준에 맞춰야 할지 수강신청 때마다 혼란스러운 것이다.

지난 학기, 전자공학부에서는 혼란스러워 하는 학생들을 위한다며 ‘공학 인증 설명회’를 시행한 바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설명회를 듣고 온 학우들은 더 혼란스러워졌다. 연단에 선 교수님이 밝힌 전산 과목에 대한 인증기준이 과 사무실에서 전화상담으로 알려준 내용과 달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동안 학우들 사이에서 프로그래밍이 필수인지 선택인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장담하건대, 지금까지 공학인증 프로그램을 확실히 이해하고 있는 학우는 없다. 어차피 매학기 바뀌기 때문에 정확히 알아두어 봤자 손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결국 거의 모든 학우들이 효용도 내용도 분명하지 않은 프로그램을 학교 측의 강권에 못 이겨 이수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화두 중 하나인 ‘소통’은 정치ㆍ사회ㆍ경제 등 모든 방면에서 중시되고 있다. 학교가 학생과의 소소한 소통을 외면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이상섭 (전자ㆍ3)  webmaster@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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